"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임과 한평생 살고 싶은 곳" 흘러간 옛 노래 가사와 같은 그림 같은 마을이 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남양주시 조안면의 경치가 딱 그렇다. 환경 보호를 위해 상수원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등 중첩 규제 속에서 자연 그대로를 보존해 온 조안면. 그런 조안면이 ‘습지’를 매개체로 친환경 관광 벨트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이는 중첩규제에 대한 불만만 제기하지 않고 민관이 하나 돼 주어진 환경 속에서 발전의 씨앗을 키운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수도권 최고의 절경 속으로 들어가 본다.

 # 주민이 함께 빚은 ‘연꽃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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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혜의 자연환경을 부러워만 하는 외부인들에게 조안면 주민들은 ‘중첩규제 속에 직접 살아보세요’라고 반문할 것이다. 환경 보호라는 단어 하나가 팔당호 인근 주민들의 삶을 더욱 무겁게 하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이 더 늦기 전에 다른 길을 모색해야만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하는 이유다.

 조안면 능내리 주민들은 절망보다 희망을 선택했다. 각종 규제를 이용할 방법을 찾는 역발상에서 시작, 마을 가꾸기 사업이 시작되면서 최악의 규제가 최고의 수익을 창출하는 ‘선물’로 변모한 것이다. 주민의 작은 시작은 시, 환경 전문가, 지역개발 전문가 등 각계각층이 모이는 매개체로 작용했으며, 능내리 ‘연꽃 마을’의 탄생을 가져왔다.

 연꽃 마을은 하천부지 농토 소유주인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을 공동체에 권한을 위임, 사업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었다. 자문위원들의 조언에 따라 공동체는 물과 가장 친환경적으로 알려져 있는 식물 ‘연’을 테마로 잡았다. 연은 팔당호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자연 정화하는 최적의 기능을 통해 수질 개선이라는 막대한 이익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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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풍만한 연잎과 알록달록 연꽃이 관광객들을 불러 모았고, 가을엔 연근을 채취해 판매하는 등 다양한 이익을 주민들에게 안기기도 했다. 때마침 4대강 사업을 통해 팔당호 주변에 대규모 공원이 들어서면서 추가적인 인프라까지 마련됐다.

 주민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산 유적지와 연을 연계한 관광명소 만들기에 돌입했다. 자연스레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연을 활용한 연잎 밥, 연잎 차, 연 찐빵 등 먹거리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판매하며 특화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옛 능내역은 리모델링을 통해 관광객들을 위한 휴식처는 물론, 주민들에게 공동 판매장 등을 개설해 운영 수입을 극대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 환경 신기술의 집합체 ‘들꽃 정원’

 지난해 5월 말 조안면 삼봉리에 최첨단 자연정화 습지가 조성돼 일반에 공개됐다. 북한강 변에 국비 12억 원가량이 투입, 환경 신기술인 ‘생태적 수질정화 비오톱(SSB:Sustainable Structured wetland Biotope) 시스템’을 적용한 처리 습지가 그 주인공이다. 이 지역은 수질보전

특별대책 지역으로 삼봉2공공하수처리장 등에서 오염원이 유입, 수질개선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주민과 시는 생태환경 복원으로 중심을 잡고, 수질정화와 생태계 복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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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스템은 침강저류지, 습지·연못이 들어선 다단계 셀, 침전지 등 3개 영역으로 나뉜다. 침강저류지가 수중에 녹아있는 고형물질을 침전시키고 유속을 낮춘다. 다음으로 영양물질을 불어넣을 수생식물이 가득한 습지와 연못으로 유입, 시스템적으로 생태적 수질정화가 시작된다.

 마지막으로 침전지 내에 산소공급과 재부유 방지 등의 수질정화 작업이 마무리된다. 자연 발생적인 전이지대와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를 통해 깨끗한 물이 자연스럽게 팔당호로 유입되는 것이다. 생태 습지에서 하루 정화하는 물의 양만 삼봉2공공하수처리수를 포함 1천t에 달한다. 실제 생태환경모니터링 결과 평균 용존산소량(BOD)은 53.3%의 높은 처리효율을 보였다.

 

 # 또 하나의 선물 ‘마음 정원’

 오는 10월이면 만나볼 수 있는 마음 정원은 송촌리 북한강 변 5만여㎡에 40여억 원이 투입, 토착 생태계 복원과 역사·문화를 융합한 ‘수변 위락 공간’으로 조성되고 있다.

 블루&그린 네트워크 사업의 일환으로 남양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다산 유적지부터 유기농테마파크에 걸쳐 형성되는 관광 벨트가 완성되는 셈이다. 북한강 변에 서식하는 불필요한 외래·유해 식물을 제거하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생태환경으로 복원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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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음 선생과 용진 나루터 등 송촌리에 깃들어 있는 문화 콘텐츠를 스토리텔링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등 교육적 요소도 가미될 전망이다. 문화 시설과 더불어 녹음수, 관찰시설, 생태 습지, 유기농 체험장 등을 통해 관광객들이 쉬어가는 쉼터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엔 싱싱한 유기농 채소 등을 만날 수 있는 ‘조안 슬로장터’가 물의 정원에서 운영된다. 수도권 유일의 슬로시티에서 생산된 양질의 농산물은 시민이, 다양한 공연은 시가 담당하는 민관 협력사업의 하나다. 이 같은 민관의 협력은 농산물의 판로 개척에 큰 도움이 되고 있으며, 지역경제 기반 강화에 상생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우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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