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듣기를 좋아합니다. 인생의 많은 것을 그저 잘 듣는 것만으로 배워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사람들은 전혀 귀담아 듣지를 않습니다." <노인과 바다>로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말입니다.

 참다운 소통을 위해서는 제대로 듣는 것이 참으로 중요할 것입니다. 우리 역사상 최고의 군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도 1430년 공법이라는 새로운 세법 시안을 놓고 여론조사를 실시합니다. 말 그대로 우리민족 최초의 여론조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것도 무려 17만2천648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였습니다. 봉건왕조 시대의 일이었다고는 믿기 힘든 정도입니다.

 당시 조선의 총인구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사학자들의 견해에 따라 600만 명 정도였다고 추산한다면 17만여 명이라는 숫자는 더욱더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왜냐하면 농사를 지으며 세금을 낼 수 있는 대부분의 민호가 포함되어 있다고 간주해도 될 만큼의 규모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처럼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는 시절에 해 낸 일이었으니 정말 엄청난 작업이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여론조사를 시행하면서 세종은 이렇게 지시를 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첫째, 묻지 말고 들어라., 둘째, 지위고하와 경향을 막론하고 들어라."

 백성들의 실제 생각을 듣고 싶어 하는 세종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후세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그 여론조사 결과 찬성 비율이 57%로 나왔지만 새로운 세법 시안에 따른 정책을 곧바로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반대한 백성들의 의견도 적극 분석해서 수렴하고자 했고 그 과정을 거쳐 나온 수정된 시안도 검토에 검토를 거쳐 여론조사가 끝난 뒤 13년이나 지나서야 비로소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반대하는 소수의 백성들 마음도 헤아리고 배려하고자 했던 세종의 마음, 애민정신의 표본이라고 봐도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또 하나의 귀감 사례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영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53년간이나 왕위를 지켰던 영조는 평생에 검소를 제일 되는 덕목으로 여기고 몸소 실천했다고 전해옵니다. 정식 왕위 계승자가 아니었기에 왕위에 오르기 전 스스로가 성 밖에서 10여 년을 살면서 백성들의 삶을 잘 알았기 때문에 더욱더 검소하게 살았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영조는 왕위에 오른 뒤에도 수시로 백성들을 직접 만나서 의견을 듣고 민원을 해결해주려는 노력을 재위기간 내내 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특히 위정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자명합니다. 기본은 ‘잘 들으라’는 것입니다.

 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면서 행하는 정책들은 그야말로 ‘팥 없는 찐빵’에 다름 아닙니다. 비단 정치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닙니다. 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모임에서도, 사람들이 있는 그 어디에서나 잘 듣는 일이 필요합니다. ‘잘 듣는다’는 것은 ‘공감’하며 듣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100% 이해하기는 불가능할지라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들으려고 노력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진정성은 전달됩니다. 언젠가 말씀드린 적이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비언어적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시면서 들으신다면 그 효과는 배가됩니다. 표정, 눈빛, 제스처, 말투, 목소리 등을 뜻하는 비언어적 요소가 언어적 요소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자세로 거개를 끄덕임 등의 공감 제스처와 진지한 눈빛과 말투 등을 통해 경청해보시기를 권합니다.

 얽힌 실타래처럼 풀리기 힘든 문제들도 봄눈 녹듯이 자연스레 해결되어가는 과정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적어도 진심 어린 마음은 고스란히 상대방에게 전해지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많은 칭찬을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에게는 마음이 가게 됩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앞서 언급한 여러 요소들을 활용하여 진정성 있게 듣는 연습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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