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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
중국식도(食刀)가 인기라고 한다. 요즘 요리 방송에서 뜨고 있는 백종원 씨가 사용해 중국요리 전래 130여 년만에 화제가 된 것이다.

 사이따오, 즉 요리용 칼이라는 단순한 이름의 이 칼은 나무손잡이에 묵직한 사각형 쇠가 달려있고 칼날이 시퍼렇다. 얼핏 보면 멧돼지라도 토막낼 듯 한데 사용하기 따라서는 대단히 섬세하다. 마늘도 찧고 새우 등에 칼집을 넣어 내장을 빼내기도 한다.

 둔해 보이고 큼직한 그 칼로 생선회도 뜬다. 회뜨는 일본칼 못지않다. 처음 잡아보면 무거워서 다루기 힘들지만 익숙해지면 칼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재료가 썰어지고 요리의 효율을 높여준다고 하는데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이 칼이 사용되고 이제 와서야 주목을 받게 되다니…

 사실 중국요리의 대명사인 자장면이 이곳에서 탄생한 이야기가 요즘에야 어엿한 관광스토리로 자리 잡았으니 세월탓을 할 것도 없겠다.

 더하여 중국요리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다. 마파두부(麻婆豆腐)는 중국 청나라 때 마씨 성가진 노파가 처음 만든 두부요리라서 붙여진 이름으로, 고기를 볶고 두시(콩을 발효시킨 조미료)를 넣은 뒤 육수와 두부를 넣고 조리하는데 대표적 사천요리다.

 오향장육(五香醬肉)은 팔각, 정향(라일락봉오리 말린 것), 계피, 산초, 진피(귤 껍질 말린 것)을 넣고 돼지 사태나 안심을 간장과 함께 조려낸 것. 중요한 것은 불가사리 모양의 작은 열매인 팔각인데 오향의 80%를 담당한다. 산동요리로 알려져 있다.

 류산슬(溜三絲)은 녹말을 얹어 걸쭉하게 만드는 걸 류(溜), 채소와 해물. 육류의 세가지 재료를 삼(三), 가늘게 채 써는 것을 슬(絲)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 주재료는 해삼, 표고버섯, 팽이버섯, 죽순, 소고기및 돼지고기, 새우, 부추, 생강, 마늘, 대파 등인데 여기에 밥을 얹으면 유산슬 밥이라고 한다.

 팔보채(八寶菜)는 8가지 진귀한 재료로 만든 요리인데 마른 해삼, 목이버섯, 닭고기, 죽순, 파, 완두콩을 기름에 볶다가 육수와 양념, 물에 푼 녹말을 부어 걸쭉하게 만든다. 팔보반(八寶飯)도 있는데 이는 전혀 다른 음식으로 밤.대추.은행.잣.호두.파인애플 등으로 만든 중국식 ‘약식’이다.

 회과육(回鍋肉:호이꿔로우)은 돼지 삼겹살을 덩어리째로 삶은 다음에 잘라서 피망, 죽순 등과 함께 기름에 볶은 요리. 두 번 익히기 때문에 고기가 연하고 부드럽다.

 회과는 ‘냄비에 다시 데우다’ 또는 ‘다시 끓이다’는 뜻. 양장피(洋張皮)는 중국인이 즐겨먹는 냉채요리로 ‘양장피잡채’라고도 하는데 접시 가장자리는 주로 채소와 해산물을 놓고, 가운데는 볶은 고기와 양장피를 어우러지게 담는다.

 양장피는 전분이 주성분으로 해파리와는 다르다. 궁보계정(宮保鷄丁:꽁바오지띵)은 궁보라는 사람이 처음 만든 요리로 큼직큼직하게 썬 닭고기와 고추,오이,땅콩을 간장과 설탕, 식초로 간을 해서 볶은 요리.

 띵은 ‘재료를 각지고 두껍게 자르다’는 의미다. 짬뽕(燒馬麵)은 중국식 우동에 고춧가루를 넣어 맵게 한 것인데 각종 야채와 해물을 기름에 볶은 후 고추기름과 육수를 넣어 끓이다가 면을 말아서 만든다.

 짜장면처럼 중국 현지에는 없는 것으로 나가사키 화교가 처음 만들어 유행하게 됐다고 한다. 이외에도 탕수육, 깐풍기, 라조기, 기스면, 난자완스, 고추잡채, 불도장, 동파육, 전가복 등등이 잘 알려진 차이나타운의 요리다.

 이들 음식에서 중요하게 역할을 하는 것은 불(火)을 다루는 요리사의 솜씨지만 실제로 주방의 핵심은 사이따오를 쥐고 있는 ‘칼판’, 하지만 요즘 들어 많이 퇴조했다고 한다. 섬세한 요리는 뒷전으로 밀리고 튀기고 볶는 요리가 주문량을 독차지한 결과다.

 칼과 불의 조화에서 생겨난 중국요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데서 최초의 전래지인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에서만큼은 다른 곳과 달리 옛 공화춘이나 중화루의 명성을 사이따오와 함께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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