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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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크 쉬르데주 / 북하우스 / 180쪽 / 1만2천 원.


"하루 10~14시간 근무, 상사의 냉혹한 감시, 온종일 컴퓨터와 전화기 앞에 매달린 직원들, 냉정하고 가차 없는 평가와 징계, 종교집회 같은 기업 연수 등등, 그들은 미쳤다. 바로 한국인들."

 한국 대기업의 해외 법인장을 지낸 외국인 CEO가 쓴 책 ‘한국인은 미쳤다’가 최근 발간됐다.

 저자 에리크 쉬르데주 (Eric Surdej)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동안 엘지전자 외국인 임원으로서 경험했던 다양한 이야기를 지난 2월 프랑스에서 책으로 펴낸 바 있다. 출간 당시 지나친 성과주의 등에 매몰된 한국 기업의 실상이 이방인의 눈을 통해 선명히 드러난 책이라며 국내에서도 관심을 끌었고 이번에 번역서가 한국에서 나온 것이다.

 저자는 도발적인 제목만큼이나 "한국의 대기업에서 보낸 10년은 기상천외한 경험이었다"라고 정의한다.

 ‘한국기업 신봉자’로 한국인처럼 워커홀릭처럼 일했다고 말하는 저자는 입사 첫 날부터 당혹스러움의 연속이었다고 전한다.

 저자는 ‘회사’와 ‘일’에 갇힌 한국 직장인의 슬픈 자화상을 한 일화를 통해 소개한다.

 과로로 쓰러진 동료가 수술 받은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언제부터 업무에 복귀할 수 있는지 묻는 한국인 직원들의 모습은 경악 그 자체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수술은 새벽 2시에 끝났다. 한국인 직원들은 의사에게 몰려들었다. 수술이 잘 끝났다는 의사의 답변을 듣고 안심한 그들은 드디어 물어보고 싶었던 것을 물었다. ‘언제 다시 복귀할 수 있을까요?’ 그 표현 자체에 나는 깜짝 놀랐다. 물론 걱정보다는 희망을 담은 말이었다. 환자의 복귀가 궁금한 것은 그의 쾌유를 비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표시가 다시 일하는 것이라니, 한국인은 아마 죽음의 문턱에서도 업무의 바퀴에 짓눌릴 것이다. 업무를 벗어나면 그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단순한 일화지만 국내 독자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광경이고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시선을 통해서 한국의 기업 현실이 어떤 지를 본다는 점에서, ‘일’에 대한 고정 관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이 갖는 의미가 있다.

 저자는 한국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지나친 위계질서에서 찾고 있다. 또 이런 위계질서가 확립될 수 있었던 것은 가정·학교·사회·국가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서열구도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 기업에 대한 비판만 있는 건 아니다.

 저자는 한국 기업이 보여준 놀라운 효율성, 모든 세부사항을 일일이 통제하는 세심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와 의지를 무한정 끌어내는 능력에 감탄한다. 명확한 목표의식과 강력한 추진력이 한국의 기업들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창의성의 시대를 앞둔 현재에도 그와 같은 방식이 유효한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던지며 한국 기업의 계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개성부원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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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노혜경·윤훈표·임용한/ 혜안/ 312쪽/ 1만8천 원.

강화고려역사재단이 병인양요의 알려지지 않은 실상을 적은 기록 「개성부원록」을 재단 학술총서 제1권으로 발간했다.

「개성부원록」은 1866년(고종 3년) 병인양요가 발생하자 개성에서 편성된 지원부대의 종군기이다. 원래 상하 2권으로 구성됐는데, 출간되지는 않았고 필사본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

 이 책은 일반인들도 읽기 쉽게 한국사 전공학자들이 이를 번역하고 주석과 해제를 단 것이다.

당시의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담고 있다. 백성들의 삶의 모습, 조선의 군사행정, 조선 말기의 군비상황 등 다른 자료에서는 볼 수 없는 보물 같은 내용들이 곳곳에 기록돼 있다.

 특히 병인양요 때 백의종군한 선비와 하급 장교, 병사, 평민들의 생각과 행동, 그들로 구성된 군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영악한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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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우/ 센추리원/ 328쪽/ 1만6천 원.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의 차이는 지식의 부족에 있지 않다.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세상의 패턴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세상을 영악하게 볼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그 차이는 십 년 후에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

19년 차 베테랑 경제 기자인 저자가 주류 경제학을 넘어서 ‘살아있는 경제’와 ‘가장 현실적인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쓴 「영악한 경제학」이 8월 1일 출간될 예정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수만 가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세상에서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지식을 너무 순진하게 받아들여 선택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자기 것을 빼앗기고도 빼앗긴 줄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영악한 경제학」은 바로 세상을 볼 줄 아는 안목에 대한 책이다. 누구나 겪게 되는 5가지 테마를 바탕으로, 반드시 알아야 할 27가지 경제 지식을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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