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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옥엽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인천은 B.C.18년 비류의 ‘미추홀’로부터 2030년, 조선 태종 13년(1413) ‘인천’ 지명 탄생으로부터 600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다. 그동안 인천이 어떤 곳인지, 그 정체성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어 왔고 지금도 궁금해 하고 있다. 더구나 2015년 인천은 ‘가치 재창조’를 통해 또 한 번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가치를 재창조한다는 것은 새로운 요소를 발굴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이미 인천이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재정립하고 재조명해 본다는 뜻이다.

 따라서 ‘가치 재창조’의 원천은 2030년이 넘는 오랜 인천 역사 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천이 어떤 도시인가? 라고 물어보면 대개 ‘산업도시’라고 말한다. 실제로 1883년 인천 개항 이후 13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자의든 타의든 산업화에 주력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근대의 전환점에서 근대문물의 이입과 문화 수용의 선구지 역할도 하였지만, 일제강점기는 식민경제의 질곡 속에 각종 공장과 산업시설들이 자리하고 실업교육의 강화, 문화말살정책 등으로 다른 어떤 지역보다 일본인의 도시로 변화했던 공간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분발을 촉구했던 ‘개벽’이라는 잡지에는 1924년 6월 1일자 및 8월 1일자 사설에 ‘인천아 너는 어떤 도시?’ 라는 제하에 미두 취인소, 무역, 금융, 정미공장, 물산소비조합, 노동계 현실, 미상조합 등 경제관련 현황과 그 폐단 등을 언급하면서 산업도시 인천을 말하고 있다.

 광복 후 1965년, 항도(港都) 인천의 애향심을 고취하고 시민들의 단합을 위해 ‘제1회 시민의 날’을 제정하면서 시민헌장과 시 휘장, 시민 행진곡, 시민의 노래 등을 제작했다

. 당시는 경제개발 5개년계획으로 무엇보다 산업입국의 의지가 컸던 시기였다. 때문에 인천시 휘장에는 공업도시임을 상징하는 톱니바퀴가 들어가고 인천 시민의 노래 3절에는 ‘하늘을 휘어 덮는 공장연기도 내 고장 인천항구 숨 쉬는 모습...’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각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무엇보다 광복 후 새로운 발판을 마련할 틈도 없이 한국전쟁을 겪었고 인천상륙작전의 현장이 되었다. 휴전(1953) 후 26만여 명의 인구 중 7만5천여 명의 피난민을 수용해야 했던 인천은 다른 지역에 비해 경제회복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야만 했다.

 1960∼70년대에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거듭 추진되면서 임해공단과 부평공단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각종 기간시설의 확충이 이루어졌다.

 각종 산업이 발달하면서 인천의 성장은 주변 지역에도 영향을 주어 인구 증가를 가속화시켰다. 인구 1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인천직할시로(1981), 그리고 인천광역시로(1995) 확장되었고,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인구 300만의 대도시가 되었다.

 문학산 아래 작은 분지에서 출발하여 오늘날 10개의 구·군을 포괄하는 광역시로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도 인천은 변화·발전하고 있고, 어려운 재정문제 등 풀어야 할 현안사항들도 있다.

 그러나 지난 인천 역사를 되돌아보면 이보다 더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극복해 왔다. 고려 후기 몽골의 침입 때 강화도를 제2수도로 팔만대장경의 조판을 통해 이민족에 대항했던 정신력, 조선시대 왕실의 보장처로 외규장각, 정족산사고를 통해 기록문화를 지켜냈던 끈기, 조선 후기 강화학파의 실용적 사고와 민족정신, 그리고 일제강점기의 질곡(桎梏)과 한국전쟁에서의 시련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천인의 ‘도전적 개척정신’이었다.

 최근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송도 국제도시에 유치될 수 있었던 것은 시 당국의 전방위적인 노력과 탁월한 입지적 조건 때문이기도 했지만, 인천이 ‘문자’를 구현하고 창안했던 역사적 공간이었던 사실에 기인한 바를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 우리 앞에 놓인 많은 과제들을 극복하고 ‘인천의 꿈이 대한민국의 미래’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제 산업도시 인천을 넘어 2030여년의 오랜 역사가 숨 쉬고 있는 ‘역사도시 인천’을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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