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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연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지난 20세기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라면 많은 사람들은 영국 출신 케인즈(J. M. Keynes)를 꼽을 것이다. 케인즈는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1930년대 대공황에서 미국이 벗어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케인즈와 동시대를 살면서 당시에는 그 만큼 명성을 얻지는 못했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케인즈 못지않게 높은 평가를 받는 경제학자가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말년에 미국에서 활약한 슘페터(J. A. Schumpeter)다.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창조적 혁신을 주창했다. 즉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를 통한 기술혁신에 의해 경제는 발전한다는 점을 설파했다. 낡은 기술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기업이 성장하는 것을 통해 경제는 발전한다.

 슘페터가 말한 기술혁신에는 신기술의 발명과 보급, 새로운 시장의 개척 등 상당히 장기적인 과정이 소요된다. 오늘날 노동 및 자본과 같은 본원적 생산요소의 투입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느낀 선진국들이 경제성장의 핵심 키워드로 기술혁신을 내세우고 있다. 슘페터가 21세기에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다.

 지난달 22일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를 끝으로 전국 17개 시·도 혁신센터가 모두 문을 열었다. 100년 전 슘페터가 주창했고 오늘날 많은 선진국들의 성장 모멘텀이 되고 있는 ‘창조’와 ‘혁신’에 우리나라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역별 특화산업을 육성하고 벤처·중소기업을 지원함으로써 창조와 혁신을 통한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17개 시도에 설치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기업이 주도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각 지역 센터들은 지역 특색에 맞는 맞춤형 창조경제를 조성해 기술혁신을 이끄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역내 중소기업의 특화기술개발 등 경제활동 촉매역과 지역 특성에 맞는 벤처기업 창업 및 육성에 있어서 중추적인 기능을 하게 된다.

 인천의 혁신센터는 ‘스마트 물류’ 거점으로 거듭날 목표를 세웠다. 스마트 물류란 전통 물류산업에 정보기술(IT)을 융합해서 고부가가치 물류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1883년 개항 이후 인천은 우리나라 국제교류에 있어서 관문의 역할을 해왔다.

 현재 수도권과 중국을 배후시장으로 갖는 인천에는 국제공항과 항만 등 세계적인 물류 기반이 있다.

 따라서 인천의 장점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물류에 IT를 융합한 스마트 물류의 혁신을 인천이 주도하겠다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물류분야의 혁신이 이루어지고 산업이 발전하려면 대기업과 벤처·중소기업의 협력이 절실하다. 동시에 물건과 서비스의 흐름인 물류가 번창하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관련 분야 규제를 대폭 풀어서 자유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자유로워야 물건과 사람과 돈이 몰리는 이치는 동북아 물류 허브 역할을 하는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보면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인천을 포함해서 전국 각지에 설립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앞서 슘페터가 말했듯이 성공적인 기술혁신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접근과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 정부의 남은 기간 동안 무언가의 성과를 내려고 서두른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또한 이렇게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창조와 혁신을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대기업과 수많은 벤처·중소기업, 연구기관, 대학 등 다양한 민간주체들이 긴밀히 협력하며 이끌어야 한다.

 과거 우리가 많이 목격했듯이 현 정부의 임기 만료와 함께 이번 시책도 종료될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 남은 기간 동안 창조와 혁신을 통한 성장 패러다임의 기초를 닦는다면, 향후 이름은 바뀌더라도 그 알맹이는 이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서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창조와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 외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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