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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엽(사)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드디어 박인비 선수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스코트랜드의 종잡을 수 없는 비바람에 허리통증까지 찾아와 열 번 이상 포기를 생각하며 나흘간의 대장정을 역전 우승으로 마무리 하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세계1위 그녀에게 브리티시 여자오픈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지만 번번히 문턱에서 좌절을 맛보게 하였고, 이에 박인비 선수는 올해 동계훈련을 하며 강풍속에서 두꺼운 점퍼를 꺼내 입고 스코틀랜드를 대비했다고 전해진다. 프로 선수로서의 길과 그녀가 남기는 또 앞으로 남길 발자취에 대해 새삼 숙연한 마음이 앞서는 것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십수 년 전 일본 나가사키(長崎)의 운젠(雲仙) 화산폭발 참사는 사화산(死火山) 지대인 우리나라에서도 큰 뉴스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80여 개의 활화산(活火山)이 있고 그 화산들이 가끔씩 폭발하는 이웃나라 일본이지만 많은 인명피해가 난 것 이외에도 34명의 희생자 중 14명이 신문사 사진기자 등 보도 관계자들이어서 더욱 화제를 모았었다.

나머지 희생자 역시 기자들이 전세 낸 택시운전사, 취재현장의 질서유지에 종사하던 경찰관, 진화작업을 준비 중이던 소방관 등으로 밝혀졌지만 어쨌든 자기직분에 충실하다가 최후까지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던 그 이유가 무엇보다 감동적으로 전 세계인을 울렸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다음날 아침 요미우리 신문과 마이니치 신문의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한 몇 장의 사진은 직업인과 직업정신 그리고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해 주었던 것이다. 이 사진의 필름은 순직한 두 신문사의 기자가 불덩이 소나기와 고열가스의 엄습에 쓰러지면서 목숨보다 소중한 듯 품에 안고 있던 카메라에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이들의 시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고 그슬려 치아의 특성과 카메라에 적힌 회사이름으로 확인되었는데, 6백도가 넘는 고열에도 기적적으로 몇 커트의 필름이 남아 최후의 장면을 생생하게 담고 있었다.

 당시 요미우리(讀賣)신문 오사카 본사 사진부 다이니카(田井中次一 당시 54세)기자는 웅크린 자세로 카메라를 품고 있었다. 손으로 코를 막고 있는 다른 시신들과는 달리 그의 손은 카메라를 향한 채 오른쪽 검지손가락이 셔트를 누르는 것처럼 굽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카메라를 품고 쓰러져 죽는 순간에도 코를 막지 않고 셔터를 누르는 동작을 취한 이 다이나카 기자의 직업정신은 당시 화산연구가인 프랑스학자의 죽음과 함께 최후까지 소임을 다한 직업인의 프로정신으로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오랜 세월 직장생활을 해 왔고 지금은 개인기업의 대표, 교수, 본부장 등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지만 매 순간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의미를 새기고 가치를 찾고자 노력해 온 것은 분명하다.

 부귀나 명예, 일신의 영달, 재물 같은 사람이면 누구나 다 누리고 싶은 그 무엇은 단 한 번 제대로 선택한 적도, 선택할 수도 없었지만, 작은 일 하나에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그저 내가 해야 할 일, 내가 하면 주변 모두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나눌 수 있으면 기꺼이 나서 나름 헌신의 자세를 보여 왔다.

 주변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살고 싶고, 재미있고 진지하게 살고 싶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그늘에서도 공존과 협력 그러기 위해 진정성 가진 소통능력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 연구원은 ‘녹색경영CEO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으며 나 역시 이 과정을 수료하는 중소기업 CEO분들에게 많이 듣고 배우며 조화로운 시선으로 그들의 역할과 정신자산을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프로정신은 바로 가치로 인정되며, 그 가치는 반드시 나 아닌 다른 누구에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사회성을 높여가야 하는 것이다. 결국 기업경영은 프로정신을 바탕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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