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를 인천으로 유치하는 활동이 눈부시다. 인천시를 비롯해 관광업계와 사회단체 등이 총출동하고 있다. 유정복 시장은 하남성 안양시로 달려가 중국문자박물관과 향후 건립예정인 국립세계문자박물관과의 교류와 결연 등을 적극 강조하여 상당한 효과를 봤다고 한다. 이외에도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인천을 관광차원에서 세일즈하는 노력이 도처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아주 반가운 일이다. 헌데 중국관광객을 유치해놓고 중국인의 풍습이나 식사에 관한 기본적인 것 들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관광 테크닉이 질적으로 미흡하다는 실례다. 예를 들어 중국인의 아침식사와 점심은 주로 속 없는 찐빵 같은 ‘만토우’나 우리의 꽈배기 같은 ‘유타오’등을 콩죽과 함께 먹는 것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주식과 부식의 차이도 없다. 저녁식사도 가족끼리 하면 로우빙 정도의 몇 가지 음식으로 조촐하다.

 그러나 유커들은 어디서나 모여 앉아 식사를 즐긴다. 식사를 통해 ‘콴시’가 형성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둥글게 모여 앉아 웃고 떠들며 긴 시간동안 식사한다. 여럿이 식사할 때는 음식 종류가 꽤 많아진다. 보통 참석자 수만큼 각기 다른 음식이 준비되며 요리 수는 반드시 짝수여야 한다. 중국식탁은 대개 원형이다. 팔선탁(八仙卓)이라 하여 둥글게 모여 앉아 신선처럼 유유자적을 즐기는 것이다.

따라서 원탁의 요리는 8가지를 기본으로 하여 찬 음식에서 따뜻한 음식으로, 평범한 요리에서 고급 요리로, 고기요리에서 생선요리 순으로 즐긴다. 특히 생선요리가 가장 늦게 나오는 이유는 생선이 풍요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런 정도는 상식이다. 아니 유커들이 다시 찾아오고 싶은 관광 한국을 만드는데 있어 요식업 종사자들이 알아두어야 할 기본이라 할 수 있다.

 더하여 그들의 식사매너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수저로 밥그릇을 두드리면 거지처럼 가난해진다고 하여 금기다. 수저를 음식 위에 꽂아주면 귀신이 온다 해서 역시 금기다. 생선요리는 풍요를 상징하기 때문에 뒤집으면 안 되고, 그릇을 말끔히 비우는 것은 손님을 위해 음식을 적게 준비했다는 표시이기에 조금은 남겨두어야 한다.

차나 술이 담긴 주전자 주둥이는 구설수에 휘말린다고 하여 사람을 향해 놓지 않으며, 젓가락을 X字로 포개면 죽음을 의미하기에 철저히 삼가야 한다. 누군가가 술이나 차를 따라주면 검지와 중지로 탁자를 가볍게 소리 내어 치는데 이는 고맙다는 표시다.

 원형 탁자에 앉을 때 상석은 출입문과 가장 먼 안쪽의 가운데 자리이며 그 왼쪽이 두 번째 주빈이고 오른쪽이 세 번째가 된다. 말석은 문을 등진 자리로 주로 초청자가 않는다. 여럿이 식사할 때 대개 술이 나오는데 식사가 시작될 때 첫 잔을 비우며, 술을 들이킬 때 상대방과 시선을 마주해야 예의 바른 것이 된다. 이런 식사 매너 역시 유커들에게는 질적인 관광에 중요하다.

 식사문화가 그 사회의 수준을 결정짓는 건 결코 아니다. 지역마다 나라마다 다르기도 하려니와 그런 격식과 매너를 강요하거나 특별히 따지지 않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외국에 관광 가서는 자기 습관을 어느 정도는 잊으려 하고 현지의 습관을 존중하는 일이 익숙해진 것이 현실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자기류의 고집은 수준 있는 관광객들에게는 자칫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다. 우리는 한정식이 아니면 뚜렷한 식사문화가 없기에 편리한 측면도 있을 것이나 유커에 대한 무신경한 태도로 관광 대국을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란 사실도 알아두었으면 한다.

 인천의 차이나타운은 역사와 문화를 내세운다. 사실 130여 년의 역사와 차이나타운 거리에 있는 문화는 나름 의미가 있으나 그리 대단하지 않다. "애걔걔 이런 곳이 무슨 차이나타운이냐?"고 실망하는 유커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무엇 때문이겠는가.

관계자들의 유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는 우리 자신의 무신경이 큰 몫을 한다. 차이나타운의 수십 곳 식당들은 이제 짜장면 맛이 좋다거나 13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이 있다는 홍보 패턴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가까운 이웃나라에 가서 기분 좋은 대접을 받고 돌아왔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유커들에게 신경 써야 할 것이다. 면세점 판매만 생각할 때가 아니라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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