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4일 오전 7시 35분과 40분에 아군 서부사단지역 추진철책선 DMZ통문에서 발생한 지뢰폭발사고는 북한군의 의도된 도발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용된 폭발물은 북한제 ‘목함지뢰’로 조사되었는데 비무장지대 내 남측지역으로 침투하여 자행한 국지도발이라고 할 것이다. 이 사고로 2명의 부사관이 발목이 절단되는 큰 부상을 당했는데도 우리 군은 10일 ‘대북 경고성명’을 통해서 강력한 보복의지를 발표하는 데 그쳤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국민적 대군불신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발표는 이번 도발이 북한군의 MDL을 침범하는 ‘정전협정위반’ 뿐만 아니라 아군 작전지역을 침투하여 정상적인 수색작전을 공격했다는 것은 DMZ내의 주도권(Initiative)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전술적 군사행동이란 것이다. 아쉬운 점은 DMZ내가 적이 접근침투가 가능한 작전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통문이라고 경계를 소홀히 한 점이다. 뷰비츄렙같은 대인살상무기를 매설한다면 지면(地面)에 흔적이 보일 텐데 우리 군이 무사안일한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작전군기를 성찰해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MDL(군사분계선)에 북한군의 의도적 접근이 증가하는 관측분석이 있었으며, 북한군의 기습도발을 예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또 당했다는 것은 광복 70년·분단 70년이라는 들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만행으로 북한이 같은 민족이라기 보다 적(敵)이라는 주홍글씨를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이번 도발은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관련 보복과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방해 하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지난 2013년 3월 6일 북한군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정전협정 무효화’의 연계선상에서 저지르는 북한군의 불장난은 아닌지 주도면밀한 대북 경계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께 백령도 인근 남쪽 해상에서 천안함이 북한 잠수함의 어뢰공격으로 폭침당해 승조원 46명이 전사했다. 2012년 3월 21일 ‘동북아시아 핵문제의 재고’라는 세미나에서 미국 사회과학연구소의 시갈(Sigal) 박사는 "북한의 사과를 받고 안받고가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북한은 또 도발할 것이다"라고 재발을 경고했다. 이 주장은 북한군의 도발이 분명히 있을 것인데 한국군이 다시 당한다면 한국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역설한 것이라고 필자는 안보칼럼을 기고했었다.

 언제까지 북한군에게 당할 것인지 우리 군의 지휘부에게 한 번쯤은 묻고 싶다. 도대체 무엇이 얼마나 두려워서 우리 장병이 죽고, 부상당하는데 응징도 못하고 언론에 구두폭격(口頭爆擊), 대북방송심리전 정도의 나약한 대응만 할 것인가?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키로 한 것은 북한 도발 행위에 대한 마땅한 응징 수단이 없는데다, 방송 효과도 상당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적의 입장에서 우이독경(牛耳讀經), 마이동풍(馬耳東風)일 것이다.

 2014년 7월 20일 현 국방장관은 KBS의 시사 프로그램 ‘일요진단’에 출연하여 "북한이 도발하면 우리 군이 수차례 경고했듯이 도발원점, 지원세력, 지휘세력까지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체제 생존까지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호언장담은 대국민 립서비스(lip-service)라면 국방장관부터 대오각성을 해야 한다.

 북한은 제1차 연평해전(1999.6.15), 제2차 연평해전(2002.6.29), 대청해전(2009.11.10), 연평포격도발(2010.11.23)의 군사적 도발과 수시로 방송매체로 대남 무력협박 등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반복되는 대남도발에 쐐기를 박을 강력한 대응책을 보여줘야 한다. 이제 우리 군은 ‘싸워서 이기는 군대’가 구호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적에게는 무자비하고, 국민에게는 헌신적인 정예강군으로 변화해서 벌침 같은 확실한 무력을 구비한 선승구전(先勝求戰)의 군대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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