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중국 상하이를 다녀왔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 때 갔었으니까 만 5년만이다. 일본 원아시아 재단이 주관하는 연례 컨벤션에 고문 자격이었다. 아시아공동체의 결성을 목표로 하는 원아시아 재단이 중국에서 처음 개최하는 회의로서 일본과 중국의 협력을 상징한다는 면에서 나름 의미가 큰 회의였다.

현지 날씨가 40도까지 올라가는 폭염이어서 당초 일정을 하루 줄였지만 그래도 느끼는 바가 적지 않은 여행이었다. 상하이는 중국의 개혁개방 성공과 G2로의 국가 위상의 상승을 상징하는 중국이 자부하는 최대, 최첨단 도시이자 비상하는 중국경제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세계 금융과 비즈니스 중심 도시이다. 워낙 중국의 발전 속도가 빨라서 이번에는 얼마나 많이 변했을까 내심 기대하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실망스러운 점이 많았다. 우선 회의 장소가 5성급 최고급호텔이었는데 시설이나 외양 등 하드웨어적인 면에서는 손색이 없었지만 서비스는 형편없었다. 오후 2시에 도착했는데 회의 참석자 대부분이 체크인을 두 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다. 한국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호텔 경영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룸서비스로 몇 가지를 요청했는데 필요한 것을 얻기까지 몇 번이나 전화를 다시 해야만 했다.

조찬 식당의 음식 질과 수준은 나름 나쁘지 않았지만 여기 저기 허점이 눈에 보였다. 예컨대 일본식 메밀국수가 면만 있고 국수 국물이 없는 채로 이틀 계속 그대로 서비스가 되고 있었다. 국물이 없냐고 종업원에게 물어보면 그냥 없다는 기계적이고 무책임한 답변만 돌아왔다.

가장 압권인 것은 세계 최고 공항을 목표로 한다는 푸동 국제공항의 서비스 수준이었다. 공항 내에 몇 안 되는 식당에서 일행이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가격도 엄청 비쌌지만 15분 이상을 기다리다 몇 번이나 재촉하고서야 나온 아이스크림의 양을 보고서 경악했다. 컵에 반 정도 담겨있었던 것이다. 하도 어이가 없어 사진까지 찍어 왔다.

 돌아오는 길에 같이 갔던 일행들과 토론을 했지만 대체적인 결론은 같았다. 중국이 그간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지만 아직 우리에게 미치지 못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에 갈 때마다 예상보다 빠른 변화에 기가 죽었던 그간의 경험을 생각하면 우리에게 아직 기회는 있다는 위안을 주었다. 경제발전 단계를 보면 하드웨어가 먼저 바뀐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변하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 우리나라를 보아도 70∼80년대에 경제의 외양과 골격은 빠르게 변했다. 하지만 경제의 질적이고 보이지 않는 부분은 아직까지도 선진국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보다도 더 압축 성장을 하고 있다. 서비스와 소프트웨어에서 손색이 있는 게 당연할 것이다. 중국의 경쟁력은 방대한 내수 시장과 중국인들의 부자 되려는 강렬한 욕망이다. 하지만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내수를 대상으로 해서는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살길이 있을 것 같다. 중국시장을 우리가 장악하기 위해서는 중국기업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서비스 마인드와 정교한 소프트웨어 터치를 백분 활용해야 한다. 중국시장도 이제는 계층화되고 다양화되어 상층 소비자는 이미 한국이나 서구 소비자 수준 못지않다. 이들을 공략할 수 있다면 세계 시장도 장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요즈음 청년 실업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이번 여행의 일행 중 한명이 제안한 아이디어이다. 청년들을 농촌에 보내 유기농을 중심으로 창조적 농업을 발전시켜 중국 상층 소비자에게 공급하자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신선하고 친환경적인 식품을 바로 바로 공급할 수 있다. 얼마 전 한 토론회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하는 모 교수가 중국이 고래라면 우리는 고등어라고 했을 때 우리가 적어도 참치는 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론을 제기한 적이 있다.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중국을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너무 두려워하지도 않는 우리의 마음가짐이다. 우리의 실력과 비교우위를 냉정히 평가하고 이에 기초한 전략을 세운다면 중국 등에 올라타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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