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국가’를 지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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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국가’를 지향하자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법학박사)
  • 기호일보
  • 승인 2015.08.13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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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법학박사)
광복 70주년이 이틀 남았다. 일제강점기를 벗어난 지 70년이 흐른 것이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어른들로부터 일제 치하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민족의 자존감을 짓밟힌 채 일본의 압제에 시달려야 했다", "먹을 것이 없어서 나무 껍질을 벗겨 먹었고 풀뿌리조차도 먹었다"는 등의 고통스런 경험담들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어린 마음에도 일본에 대한 분노가 치밀곤 했었다.

 ‘광복(光復)’이란 ‘빛을 새롭게 되찾은 것’ 즉, ‘빼앗긴 땅과 주권을 도로 찾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70년 전의 ‘광복’은 우리에게 ‘빛’ 뿐만 아니라 ‘어두움’도 함께 데리고 왔다. 광복 70주년은 동시에 분단 70주년을 뜻하는 것이다. 얼마 전 어느 작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마디로 말하면 통일이 안 된 우리 민족의 삶은 불구의 삶이죠. 반쪽의 삶 이니까요"라고 말했다. 적절한 표현이라고 본다.

 오늘날 우리 국민은 세계 어느 나라든 갈 수 있는데, 오로지 ‘같은 민족이 살고 있는 북한에만’ 갈 수가 없다. 우리를 괴롭혔던 일본, 그리고 한국전쟁시 우리와 싸웠던 중국과도 활발하게 교역하는데, 같은 민족이 살고 있는 북한과만 교역이 단절되어 있다.

 분단된 지 70년, 한국전쟁이 끝나고 62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한반도는 전쟁상태의 정전협정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어찌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가해자였던 일본마저 아베 정권의 주도로 전쟁을 할 수 있는 ‘정상국가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피해자였던 우리나라는 왜 이리도 ‘정상국가화’가 더디게 진행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현재 남북한은 ‘통일’은커녕 ‘평화교류’마저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어린 시절 "당시 우리 조상들은 얼마나 무능하게 대처했기에 35년이란 오랜 기간 동안 일본의 지배를 받게 되었단 말인가"라고 한탄하던 적이 있었는데, 어쩌면 훗날 우리 후손들이 "당시 우리 조상들은 얼마나 무능하게 대처했기에 70년이란 오랜 기간 동안 남북한 간의 평화교류조차도 못했단 말인가"라고 한탄하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이러한 답답한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남북한이 모두 진지한 자세로 슬기를 모아야 한다. 평화교류를 위한 작은 노력들이 실천되지 않으면 ‘통일은 대박’이란 말은 공허하게 남을 수밖에 없다. 우리 헌법은 전문(前文)에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해 있음을 선언하고, 제4조에서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여 ‘평화통일지향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헌법규정의 취지에 따라 우리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인내심을 갖고 북한을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먼저 아량을 베풀어 따뜻한 손을 내밀면 언젠가는 북한의 차가운 얼음 손이 녹아내릴 날이 올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도 미약하나마 개혁개방의 분위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 동포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경제발전을 지원하게 되면 이를 통해 우리 기업들도 새로운 발전기회와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드넓은 대륙으로 향한 ‘한민족 웅비의 시대’를 맞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캠핑카를 끌고 중국, 러시아, 몽골을 지나 유럽 각국으로 여름휴가를 갈 날을 기대한다. ‘자율’은 개인에게 뿐만 아니라 국가와 민족에게도 중요하다. 어느 국가와 민족이든지 스스로의 운명을 자율적으로 개척할 능력이 없을 때 ‘타율’ 즉 ‘외세의 지배’에 놓이게 된다.

 우리는 후손들의 행복을 위해 남북한 간에 평화교류가 이루어지는 ‘정상국가’를 물려줘야 할 숙제를 지니고 있다.

  오늘날 광복절은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광복절을 앞두고 시중의 관심은 주로 ‘광복절 특사’의 범위와 대상에 모아지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북한에서도 대규모 사면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광복절은 남북한의 범죄자와 그 가족친지들에게는 기쁜 날이 될 수 있겠다. 그런데 그 밖의 국민들에게는 어떤 기쁜 의미가 전해지는가. 광복절이 코앞인데 마음이 무겁다. 평화교류의 물꼬를 터야 하는 숙제가 주는 부담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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