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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순휘 정치학박사
지난 8월 22일 18시부터 북한의 고위급 접촉 제안에 따른 남북회담이 25일 01시55분까지 무박 4일의 장장 44시간의 마라톤 회담을 통해 6개 항의 합의를 이끌어 내었다.

 회담에 임하는 남북 양측의 주장은 양보의 대상이 아니기에 합의에 이르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극적인 타결을 하였다.

 우리의 주장은 지난 8월 4일 서부전선에서 목함지뢰 매설로 아군의 피해를 입힌 ‘정전협정위반사건’에 대하여 사과하고 재발방지와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것이었다.

 그 사건의 여러 정황에 대하여 사실(fact)의 증거를 제시했을 것인데 마주 앉아서 부인(否認)으로 일관한다면 결코 우리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마치 치킨게임양상으로 치달았다.

 더욱이 북한은 20일 오후 3시 52분께 아군측을 향해 포탄 1발을 쐈고, 이어서 고사포 수발을 쏴서 추가도발을 자행한 것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72분이 지난 오후 5시 4분께 북한군 지역으로 155㎜ 자주포탄 29발을 발사하여 과거와 다른 아군의 강력한 응징의지를 보여준 것이 이번 회담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남북의 포격전 가운데서도 파주, 연천, 강화, 교동도 등 지역의 주민들이 민방위대피소와 학교시설 등으로 군경관의 통제 하에 질서 있는 대피를 한 점과 후방에 국민들도 우려했던 무질서나 사재기 등 동요(動搖) 없이 정부와 군을 신뢰하고 일상(日常)을 유지한 점 그리고 정치권의 단합된 ‘대북 도발규탄 결의안’ 채택 등은 남남갈등의 빈틈을 주지 않았으며, 결연한 국민적 단결분위기로 이번 남북위기극복에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과거이래로 북한은 도발 후 부인(否認)과 협박으로 나왔고, 이에 남남갈등이 유발되었다. 좌우논쟁 속에 대북강경론이 희석되면,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오히려 달래기식의 보상으로 넘어가는 대북도발다루기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심지어 대한민국이 동네 북이냐, 초상집이냐, 언제까지 당하고 사는냐는 국민적 굴욕감이 한계에 이른 상태인 점도 없지않다. 따라서 선조치 후보고의 반응시간은 늦었지만 30배의 화력으로 응징한 것은 우리 군의 적절한 대응으로 국민적 칭송을 받고있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한 후 우리는 불안한 자유와 평화를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전쟁에 참가해서 공산군과 정전협상을 했던 미 해군제독 조이는 "공산당과는 절대로 협상하지 말라"는 교훈을 남긴 것을 상기한다면 이번 북한과의 44시간 회담은 결코 쉽지않은 것이었다.

 더불어 이번 기회에 2013년 3월 6일 북한이 일방적으로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했던 것을 철회시켜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를 통해서 ‘정전협정’ 상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독위원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비무장지대 관리가 되도록 해야 재발방지가 확실한 것이다.

 이번 사건이 남북 고위급 접촉방식의 ‘정치회담’이 되었으나 본질적으로는 정전협정위반사건으로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이 선행 되었어야 한다는 점에서 원칙론적인 오류가 없지않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근거하여 이번 남북고위급 접촉은 전쟁 직전단계에서 남북이 직접 만나서 해결한 성과에 큰 의미가 있다.

 회담의 진행과정에서 북한이 각종 무력시위로 겁박 했던 위기를 일전불사의 의지로 극복한 박대통의 리더십에 칭찬을 하고자 한다.

그리고 회담의 핵심원칙을 관철하여 사과와 재발방지를 받아낸 것은 남북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특히 군당국의 단호한 결전의지는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다. 손자병법에 "부전이 굴인지병(不戰而 屈人之兵), 선지선자야(善之善者也)"가 있다. 이는 ‘싸우지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가장 잘 싸운 것이다’라는 뜻인데 꼭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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