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간호 서비스’ 꼭 필요하다
상태바
‘포괄간호 서비스’ 꼭 필요하다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법학박사
  • 기호일보
  • 승인 2015.08.27
  • 1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선신.jpg
▲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법학박사
일본과 우리나라의 법제도와 문화는 서로 다른 듯하면서 유사한 점이 많고 또한 유사한 듯하면서 다른 점도 많다. 1980년대 후반 일본 도쿄를 방문했을 때 어두울 무렵 숙소근처를 산책했었는데 많은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오가고 있었다.

 길모퉁이에서 경찰이 한 시민을 붙잡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자전거 전조등을 켜지 않은 것을 단속하는 중이었다. 후에 들으니, 일본에서는 도난 등 범죄방지와 행정관리를 위해 자전거를 관청에 등록하고 번호판을 부착해야 하며, 전조등과 미등을 켜지 않으면 단속을 받는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법제도를 도입하는 사례가 빈번하기에 "우리나라에도 조만간 이런 제도가 생기겠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약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바람 쐬러 밤에 한강변에 나갔다가 상당수의 자전거 승차자들이 전조등도 켜지 않은 채 보행자들 사이로 위험스럽게 고속 질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때 그 생각이 떠올랐다.

 작년에 일본 후쿠오카시를 방문했을 때에는 ‘고령자운전 표지’를 뒷 유리에 부착하고 다니는 차량들이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에서 ‘초보운전 표지’는 자주 봤지만 ‘고령자운전 표지’는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이런 사항들도 법규로 정하고 있다고 한다.

 고령자는 운전 감각이 저하되기 때문에 주변의 운전자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안전’에 대한 일본인들의 세심하고도 치밀한 배려가 새삼 놀라웠다. 과거사를 생각하면 일본이 얄밉기 그지없지만, 그들의 좋은 법과 제도는 신속히 모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몇 달 전엔 일본 시가시를 방문했었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대학교수로 지내온 어느 한국인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한국의 병원에 가보면 가족들이 환자 곁을 돌보는 모습이 흔한데, 이해하기 어렵다. 일본의 병원에서는 환자 곁에 가족이 있지 않다. 환자에게 필요한 일을 간호사가 모두 해준다"는 말을 들었다.

 이 말을 듣고 우리나라에도 빨리 그런 시스템이 도입돼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있는 가족을 돌보느라 병이 날 지경’이라는 말을 주변에서 자주 듣기 때문이다. 특히 핵가족시대, 고령화시대를 맞아 간병은 골칫거리가 되어 간병을 위해 직장을 사직하거나 학교를 휴학하는 일도 적지 않고, 가족 간에 갈등과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지난 주 본지(기호일보 8월19일, 20일자)에 "메르스 사태 후 도입 목소리 커진 ‘포괄간호 서비스’"라는 제하에 실린 연속기사는 우리나라 간병문화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문제를 다룬 매우 의미 있는 기사였다.

 기사에 따르면, 최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계기로 국내 병원문화의 문제점이 도마 위에 올랐는데, 특히 ‘포괄간호 서비스’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고 한다. ‘포괄간호 서비스’는 간호 전문 인력이 환자를 24시간 돌보는 제도다.

 보건복지부는 2013년 7월부터 이 서비스를 13개 병원에서 시범 실시했고, 올해부터는 시범사업을 확대 시행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시행하면 가족들의 수고를 덜고 간병인 고용 부담도 덜며 환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한 법령을 빨리 만들어 시행함으로써 우리나라에도 ‘포괄간호 서비스’가 시급히 정착되기를 바란다. 외국의 좋은 법과 제도를 제대로 받아들이기만 해도 큰 돈 안 들이고 ‘복지’를 확충할 수 있는 길이 많이 있다고 본다.

 약 이십년 전만 해도 장례식 조문을 가면 밤을 새우는 풍습이 있었다. 화투놀이를 하거나 술을 마시는 등 다소 소란하고 무질서한 분위기에서 밤을 지새웠다(이 때문에 유족들은 잠시도 휴식을 취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대형병원들이 장례식장을 깐깐하게 운영하면서 조문객들이 조용히 문상을 하고 자정 전에 모두 돌아가는 등 ‘조문문화’가 크게 개선됐다. ‘포괄간호 서비스’를 시행함으로써 ‘간병문화’도 빨리 개선되기를 바란다.


기호일보, KIHOILBO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