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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익 인천환경공단 이사장/행정학 박사

국가 단위에서 정권이 바뀌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정부가 추구해야 할 가치나 지향해야 할 정책기조를 국민들에게 공표한다. 또한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러한 정책기조를 중심으로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을 강구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과 관련한 정책지식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정책지식이란 정부가 정책을 입안, 실행, 평가하는데 활용되는 지식으로 정부의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직·간접적으로 활용하는 지식을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정책지식 생태계는 정책 지식의 창출과 확산에 참여하는 사람, 집단 및 이들 간의 상호작용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해방이후 1980년대 후반까지 정부의 정책적 관심분야와 정책우선순위가 주로 경제 분야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그러다 1990년도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나 인권 또는 보건복지, 교육 문제가 중요한 어젠다(agenda)로 부각되면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정부의 정책기조도 국·내외적인 환경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으며, 정부가 정책을 형성하고 집행하는데 활용되는 정책지식 생태계에도 많은 변화를 보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괄적으로 한국사회에 적합하고 타당한 새로운 정책 모델을 적기적시에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된 이유로는 정책지식생태계가 활성화 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의 필수 요소인 지식생태계가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서 정책형성 주체들의 다양성 부족, 정보교류의 미흡, 공진화(共進化) 및 자기조절 기능의 부족 등이 자주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지방정부의 경우 예외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더 심한 정책지식생태계의 결여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기서는 지방정부인 인천시를 중심으로 정책지식생태계의 실상과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인천시는 지난 20년간 비약적인 발전과 변화를 거듭해오고 있다. 인천 항만과 경인공업벨트라는 전통적인 공업도시에서 고부가가치산업 도시로 급격한 추의 이동을 지속하고 있다. 인구 수, 면적, 재정규모 및 지역총생산(GRDP), 외자유치 규모에서 국내 타 광역시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괄목할 만한 양적 및 질적 성장을 하고 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과 3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2014 아시안 게임(AG) 개최, 2015 세계교육포럼 개최는 세계적인 도시로 도약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또한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세계은행(WB) 한국사무소를 비롯한 다수의 국제기구들이 물밀듯이 송도 G- Tower로 운집하여 국제도시로서의 변모를 과시하고 있다. 아울러 CHADWICK 국제학교, 뉴욕주립대학 등 다수의 외국 교육기관들이 입주하고 국제교육 메카로서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이 인천시는 세계 물류, MICE, 교육, IT & BT 그리고 문화도시로서 활발하게 진화하고 있다.

 반면 개발의 범위와 속도, 폭이 커진 만큼 필연적으로 파생되는 문제점과 부작용도 많이 안고 있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 굵직굵직한 현안만 나열해도 끝이 없을 정도다. 과도한 부채와 재정난,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제3연륙교 건설, 검단 및 루원시티 개발,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개발(드림아이랜드), 카지노리조트 유치, GTX 건설, 발전소, LNG 기지 등 과도한 환경시설 집중 완화, 대북 및 대중관계, 경인고속도로 무료화와 경인전철 지하화가 대표적인 현안들이다. 한편으론 이러한 현안들은 상대적으로 발전과 개발이 뒤쳐진 타 광역시들에게는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 되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이제는 인천시에도 새로운 환경변화에 현실 타당한 정책개발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새로운 정책지식생태계 활성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천시에도 정책지식을 창출과 활용에 참여하는 사람, 집단 및 이들 간 상호작용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정책지식 창출 주체인 대학, 연구소, R & D 센터 및 지식인들 그리고 활용 주체인 지방정부, 정당, 의회, 압력단체 등이 환경변화와 패러다임의 변화를 적절히 수용하고 적응해야 한다. 미디어인 언론과 인터넷, SNS(Social Network Service) 그리고 환경 요소인 정치·사회·경제제도, 시민요구 측면에서도 보다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들 주체들의 구성상 다양성과 긴밀한 상호작용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합케 하는 선별과 적응의 메커니즘을 보유하게 될 때 비로소 올바른 정책형성, 집행, 평가가 가능해지고, 궁극적으로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가 보장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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