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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국성 변호사
1990년 어느 날, 36개월의 군 법무관을 마친 어느 젊은이는 32살의 나이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같은 학교를 나온 학연을 맺은 사람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당시 30대 초반의 젊은 변호사에게 같은 동향 사람들은 자기 일처럼 도움을 주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다. 90년대 초반, 법조환경은 부패와의 전쟁이었다. 대대수의 변호사들은 판사, 검사와 좋든 싫든 유착관계를 맺어야 했다.

 추석이나 구정이 되면 신년 인사 혹은 명절 인사라는 명목으로 10여 명 가량이 줄을 지어 법원에 들어가서 축하 인사를 드리고 작은 정성을 표시하고 돌아오는 풍습이 하나의 관행이었다.

법무관 시절에 선배로부터 배워 익힌 마작도 법조계의 유착을 이어가는 하나의 수단이었고, 좀 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법조인들은 골프나 요트를 통해서 나름대로의 유착관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 후 법조정화라는 명분으로 법조계의 부정과 부패 전쟁이 90년대 중반부터 몰아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의정부 지역, 대전 지역 등 커다란 법조 비리는 국민들에게 법조계가 자체 정화 능력을 상실한 오염수로 가득찬 환경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특히 새로운 정부가 각 지역에 법조 비리 척결의 성공여부를 사정기관의 능력의 평가 기준으로 정하면서, 사정기관의 출신 변호사와 현역의 유착 사건도 속속 터져 나왔다.

  판사로 사표를 내고 갓 개업한 변호사에 대한 사정기관의 수사에 대하여 젊은 법관들이 검사출신 변호사들의 검은 비리는 묻어 버리고 왜 법관 출신만을 처벌 하느냐며 항의 성명서를 돌리고 같은 연수원 동기생들의 탄원서를 받았던 것도 생각난다.

 그 후 2000년에 들어서면서 법조환경은 급변하였다. 법률시장이 서서히 개방돼 변호사 양성 방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 마다 각 지역의 사정기관에 의한 법조 비리 수사는 연례적으로 시행되어 많은 법조인들이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사정기관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각종 비리를 자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형사 처벌대상에서 빠져 나갔다는 의혹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야당의 집권 10년 기간 동안은 남북한도 상호 공격 자제와 대화의 채널가동으로 외견상으로는 법조계도 큰 변화 없이 흘러갔다.

 그 후 2008년의 국제 금융위기와 법학 전문 대학원 제도의 시행으로 법조환경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급격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연간 배출되는 변호사 수가 그다지 많지 아니한 이유로 소위 소수의 특권을 누려왔던 변호사업계는 연간 2천 명에 달하는 새로운 변호사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생존을 위한 경쟁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2015년에 들어서면서 법조환경은 더욱 격렬해진 생존 경쟁과 새로운 민주 질서 확립의 책무에 직면해 있다.

재조와 재야 사이에 상호 인식 확대를 위한 대화는 점점 줄어들고 과거보다 더 심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소위 법조 삼륜이 각자 따로 굴러가고 있다. 법조인의 순수한 자기 성찰로 자체 비리가 척결되지 않아 각종 법조 규제 법률이 양산되는 것도 가슴 아픈 일이다. 수많은 법조인들이 재조와 재야에 넘쳐나고 있지만, 국민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법조인은 거의 찾아보기 민망할 정도다.

 그 원인은, 경험과 경륜을 무시한 학점에 의한 법조인 선발, 인성을 검증하지 못하는 선발, 비리를 자체 정화하지 못하는 학연과 지연으로 굳어진 퇴행적 조직 관행 등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법조권력에 대한 국민의 민주적 통제와 감시 장치의 부족이다.

 전국의 법원, 검찰로 재판을 하고 수사에 참여하면서 수시로 느끼는 것은 법조의 자체 성찰과 시정은 요원하고 어쩔 수 없이 국민의 민주적 참여와 통제에 의한 새로운 법조 위상 정립만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라는 생각이다.

 지난 25년 동안에 대한 나 자신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법조환경의 변화를 돌이켜 보면 법조계의 기득권은 확대되어 왔으나, 반면에 국민의 인권 신장을 위한 법치주의는 긴 세월동안 서서히 후퇴하여 왔다. 법조계의 위상 정립을 위한 개혁이 절실하다. 그리고 구체적인 개혁방안은 국민들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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