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유성현(42·가명)씨는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인천생명의 전화(☎1588-1919)’에 전화했다. 직장에서 어려움과 가족문제에 대해 상담원과 길고도 깊은 대화를 나눈 그는 한결 가벼워진 맘이 들었다. 유 씨는 "고맙다"는 말을 수차례 남기고 상담을 마쳤다.

7일 인천 생명의 전화에 따르면 지난 6∼8월 3개월간 진행한 상담 건수는 총 1천221건에 달한다. 월 평균 400명이 넘는 시민이 ‘인천 생명의 전화’에 도움을 청한 셈이다.

상담 내용은 자살충동을 비롯해 가족·인간관계, 정신·신체건강, 성문제 등 다양했다. 상담요청은 30∼40대 남성이 가장 많았고, 상담 시간은 평일 오후 10∼11시 사이에 집중됐다. 상당수 직장 남성이 퇴근 후 밀려오는 허탈감과 우울함에 상담 전화를 찾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천 생명의 전화’는 시민상담대학을 수료한 전문 상담원이 24시간 이들의 고민을 함께 나눈다. 연인원 100여 명에 달하는 상담원 전체는 단 한 푼의 보수도 받지 않는 순수 자원봉사자로 구성됐다. 이들 상담원은 ‘한 사람의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생명의 전화 슬로건을 충실히 따른다. 자살·가출·실직 등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인 지역사회의 이웃을 돕고 섬기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하지만 투철한 사명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바로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 부족이다. 실제 ‘인천 생명의 전화’는 중앙정부는 물론 인천시 등 자치단체로부터 지원금을 전혀 못 받고 있다.

서울·부산·대구지역 생명의 전화가 중앙정부 및 자치단체로부터 수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월 5천 원∼10만 원씩의 개인 후원자 60여 명과 3만∼10만 원을 후원하는 14개의 종교단체(교회), 8명의 이사진이 내는 회비가 ‘인천 생명의 전화’ 운영비의 전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근직은 단 한 명만 두고 있고, 이마저도 제때 급료를 챙겨주지 못 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천 생명의 전화’는 오는 18일 시민들과 함께하는 ‘해질녘서 동틀 때까지 생명사랑 밤길걷기’ 행사를 진행한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이사진이 기부한 2천500만 원의 출연금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행사를 펼친다.

해질녘 인천문학경기장을 출발해 길병원∼연수구청∼송도 해돋이공원∼인천대∼선학역을 거처 동틀 때 인천문학경기장에 돌아오는 것이 행사의 주요 내용이다.

인천 생명의 전화 관계자는 "밤길을 걷는 동안 자신을 돌아보고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번 행사에 인천지역 각급 기관의 따뜻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배인성 기자 isb@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