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상륙작전 전승 기념일을 앞둔 8일 인천 자유공원 광장에서 진보단체가 맥아더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가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 인천상륙작전 전승 기념일을 앞둔 8일 인천 자유공원 광장에서 진보단체가 맥아더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가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8일 인천 하늘고 1·2학년 학생들이 현장학습을 위해 찾은 인천 자유공원은 욕설과 폭력이 난무했다.

9·15 인천상륙작전을 앞두고 자유공원 정상에 있는 맥아더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단체와 존치를 주장하는 단체와의 싸움에 학생들은 당황했다.

어른들의 그릇된 행동에 화합과 협력을 강조하는 학교 교육은 철저히 무너졌다.

김모(18)군은 "확성기로 욕을 하고, 계란을 던지는 모습을 보며 놀랐다"며 "서로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은 알겠지만 폭력을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2시 미군추방투쟁공대위(이하 공대위)는 자유공원에서 집회를 갖고 "한국전쟁 총사령관 맥아더 동상 철거"를 주장했다. 지난 2005년 이후 10회째 이어진 집회다.

공대위는 지난 2010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감되며 집회를 열지 못했다.

김수남 공대위 위원장은 "11년간 맥아더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것은 외세에 의해 남북으로 갈라진 조국 분단 원흉을 청산하고 자주독립 국가를 건설하기 위함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공대위의 집회는 10여 분을 넘기지 못했다. 집회 장소를 둘러싼 해병전우회 및 어버이연합 등 맥아더 동상 보호를 주장하는 단체의 항의에 막혔기 때문이다. 공대위는 수적으로도 크게 불리했다. 어버이연합 등이 300명 이상 모였다면 공대위는 고작 10여 명이 전부였다. 어버이연합 등은 한미 동맹강화 및 종북 이적단체 척결 등을 주장하며 공대위를 비난했다. 다행히 경찰 보호 속에 물리적 충돌은 저지할 수 있었지만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간간히 날아오는 계란 투척은 막을 수 없었다.

결국 공대위 측의 집회는 별다른 성과 없이 오후 3시께 마무리됐다.

그러나 어른들의 이념 다툼은 고스란히 하늘고 학생들에게 목격됐다. 특히 욕설과 폭력의 모습이 민낯으로 보여지며, 기성세대에 대한 실망감으로 되돌아 갔다.

하늘고 2학년 A군은 "맥아더 동상 철거 여부를 놓고 싸우는 것은 알겠지만 얼마든지 대화로 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나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더라도 귀담아 듣고 머리를 맞댄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텐데 어른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자유공원을 찾은 하늘고 학생들은 모두 440명으로 알려졌다.

배인성 기자 isb@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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