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간 담배를 피운 50대 김모 씨는 지난 주 등산을 갔다가 갑자기 숨이 막히고 어지러워 응급실에 실려 갔다. 응급처치를 받고 검사를 받은 김 씨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이 이미 중증화 단계라는 진단을 받았다. 가끔 기침을 하긴 했지만 가슴 답답함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대수롭게 여긴 탓이었다. 평소 건강하다고 자부했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 폐가 망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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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호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호흡기 질환이 기승을 부리는 환절기가 다가왔다. 그렇기에 잦은 기침이나 가래가 나오면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들이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의 신호일 수 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이란 기관이나 기관지를 지나는 숨길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폐질환 가운데, 폐로 들어오는 나쁜 공기 또는 가스에 의해 폐의 비정상적인 염증반응이 일어나 기류제한이 점차 진행하는 호흡기 질환이다. COPD로 인해 한번 손상된 폐는 회복이 힘든 특징을 갖고 있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는 천식과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COPD는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는 질환은 아니고 소아는 걸리지 않는다. COPD의 발병의 주된 원인은 흡연이다. 흡연을 하면 비흡연자에 비해 발생 확률이 3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접흡연도 발병과 연관되며 실내외의 공기오염과 지속적인 각종 유해가스·직업상의 분진 등에 노출돼 발병하기도 한다. 또한 난방이나 부엌에서의 요리 등으로 인한 실내 공기오염 노출도 관련돼 있다.

 주요 증상은 만성 기침·객담 배출·호흡 곤란·천명음(숨을 내쉴 때 쌔액 쌔액 나는 호흡음)·흉부 압박감 등이다. COPD 발생의 첫 번째 증상인 만성 기침은 처음에는 간헐적이나 나중에는 매일 나타난다. 흔히 기침 후 소량의 끈끈한 가래가 나오게 되며, 처음에는 운동할 때만 호흡 곤란을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급기야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호흡 곤란을 겪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숨쉬기가 매우 어려워져서야 의사를 찾게 되는데, 한 달 이상 지속적인 호흡 곤란이 있다면 빨리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진단을 위해서는 자세한 병력과 진찰 소견이 중요하며, 흉부 X-선 촬영·폐기능 검사 등을 시행한다. 호흡기내과 의사 등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 경과를 보아야 하며, 증상과 정도에 따라 검사를 자주 시행해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관찰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흉부 X-선 촬영은 다른 질환을 배제하는데 도움이 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적으로 고해상도 전산화단층촬영(CT)을 시행할 수 있다.

 COPD 치료목표는 증상을 호전시켜 일상생활의 활동범위를 늘리고, 질환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데 있다. COPD 환자는 금연은 필수고 실내외 공기 오염을 피해야 하며 오염이 있을 때 외출을 삼가고, 요리와 난방을 위해 고체연료 사용 시 적절한 환기를 시켜야 한다. 또한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약물 투여와 여러 가지 호흡운동, 산소요법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은 이름 그대로 일시에 악화되었다가 좋아지는 질환이 아니다. 평상시 관리를 잘 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전문의와 상담해 병에 관한 자문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정재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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