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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효성 소설가
어제 9월 21일이 ‘치매 극복의 날’이었다. 고령화가 가속화 되고 있어서 앞으로 가장 문제 되는 노년 질병이 치매가 될 것이라 한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 638만 5천여 명 중 치매환자는 61만 2천여 명으로 치매유병률 9.6%라고 하는데 2024년이 되면 100만 명이 넘어선다는 예측이다.

이 수치는 보건당국의 관리대상자만 통계로 잡힌 것이라 집에서 혼자 또는 가족의 도움으로 생활하는 숨겨진 치매환자까지 포함하면 지금 수치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이라 한다.

 치매는 가족에게도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질병이다. 치매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2013년에는 11조 7000억 원이었는데 2020년에는 21조 1000억, 2030년에는 43조 600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추정 비용을 초과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주변에도 치매 노인을 모시고 있는 집이 여럿이다. 가장 가까이는 미혼시절의 우리집이기도 하다. 30년 가까운 예전 일이라 까마득하기는 하지만 치매할머니를 모시는 일은 가족 모두에게 힘든 간병이었다. 지금처럼 치매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프라가 없었던 시절이라 맏며느리였던 친정어머니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발병 후 6년을 사시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전형적인 치매 증상을 다 거치셨다. 흔히 악담처럼 하는 말에 ‘벽에 똥칠할 때 까지 살아라.’고 하는데 우리 할머니는 장롱 속에도 밥그릇에도 요강에도 용변으로 범벅을 하셨고 떼를 쓰면 어디서 그 힘이 나오는지 제지도 힘들었다.

 마지막에는 얼토당토 않는 물건을 애지중지 보따리에 싸서는, 나 간다 우리집에 간다며 순식간에 집 밖으로 사라져서 늘 누군가는 할머니를 지키고 있어야 했다. 할머니를 찾아서 모셔오면 그리도 오매불망 돌아가고 싶어 하는 그곳이 어디인가 싶어서 마음이 아팠다.

요즘은 치매환자프로파일링시스템이 있어서 치매환자의 지문을 등록해 두면 인적사항과 보호자 연락처가 검색되어 신원확인을 바로 할 수 있다고 한다. 연 치매환자의 실종이 8000명을 넘는다고 하니 치매환자가 있는 집에서는 등록이 필수다.

 치매 환자 우리 할머니가 수시로 돈이 없어졌다, 물건을 훔쳐갔다, 밥을 못 먹어 배가 고프다. 천연덕스러운 거짓말로 소란을 피워도 수용이 되는 것은 내 할머니이고 내 가족이기에 미움이나 원망은 생기지 않았지만 돌보는 가족에게는 고통이었다.

 우리 할머니는 알츠하이머로 온 치매가 점점 중중으로 진행한 경우다. 치매환자 65%가 우리 할머니처럼 알츠하이머이고 중풍이나 뇌경색 같은 뇌혈관 질환으로 오는 치매가 25%, 나머지가 알코올성이나 파킨슨병으로 오는 치매라고 한다.

각각의 원인은 달라도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에게는 고통이 공통이다.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는 남편 간병에 힘들어하는 선배 예술인도 계시고 시아버지나 친정어머니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킨 지인들도 늘 마음이 편치 않아하는 것을 본다.

 모시지 못해 불효인가 싶어 자책도 하고 가서 보고 오면 며칠씩 마음이 아프고 치료비며 간병비로 들어가는 경제적 압박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라 오래 사는 일이 무조건 축복인가, 마음이 복잡해진다며 우울해한다.

모든 병이 다 그렇듯이 치매도 예방과 치료가 전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한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하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고 증상악화도 막을 수 있다 하니 검진을 정기적으로 해 보기를 권한다. 특히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경도인지장애는 조기발견과 치료만 적절하게 병행된다면 만족할만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한다.

최근 5년간 경도인지장애 환자수가 4.3배나 증가했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표를 보더라도 치매환자의 급증을 예고하는 수치라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관심이 필요한 시대다.

 어느 병이나 마찬가지지만 치매도 밤 되면 잠자리에 들고 적당히 운동하고 몸이 좋아하는 음식을 적당히 먹고 절제할 줄 아는 마음관리를 습관화하는 노력이 치매를 피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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