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결정

페터 비에리 / 은행나무 / 108쪽 / 9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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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것들은 결정할 수 없지만 어떻게 살아갈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행복하고 존엄한 삶이란 바로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철학적인 질문에 대해 독일의 철학자 페터 비에리(Peter Bieri)가 내놓은 답이다.

 저자에 따르면 ‘자기 결정의 삶’이란 외부의 시선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자신만을 기준으로 삼으며 살아가는 방식을 의미한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부화뇌동하며 갖게 된 생각과 취향은 아닌지 들여다보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써나가는 ‘진정한 나’로 살아갈 때야 비로소 가장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철학자는 말한다.

 이 책은 저자가 2011년 오스트리아에서 진행했던 강연을 기록한 것으로 크게 3장으로 나뉜다.

 1장 ‘자기 결정의 삶’의 내용에 대한 요약이다.

 "확실하다고 믿어오던 것들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증거를 찾아가는 동안 그 확신들이 변화할 수 있는 내적 과정의 문을 열게 됩니다. 이 과정이 충분히 반복되면 의견의 총합이 완전히 탈바꿈해 결과적으로 생각의 정체성이 변화하게 됩니다. 때문에 중요한 일을 맞닥뜨렸을 때 그것을 명백히 밝히는 과정이 자기 결정의 한 행위인 것이지요. 특정한 정당을 선택하거나 하나의 종교에 귀의하거나 낙태 반대 시위에 참가하는 등의 이유가 집안 대대로 그렇게 해왔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사고의 들러리로 살아온 것이지요. 그러다가 비판적 물음을 통해서 익숙하던 생각의 패턴에서 한 발짝 거리를 두고 검증 과정을 통해 생각의 주인 자리를 찾게 됩니다"

 ‘자기 결정의 삶’을 위해 강조한 내용은 바로 냉철한 ‘자기 인식’이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인 압박에서 벗어나고 습관과 교육에 의해 형성된 자아상의 진실성과 타당성을 점검하는 자기 인식의 길을 찾아 떠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다음에 소개된 문화적 정체성을 가꾸는 과정이 마지막 강의이다.

 저자는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 아닌지조차 알지 못한다", "교양을 쌓는다는 것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과 같다" 등의 말을 인용하며 자기 결정의 삶에 필요한 도구로 문학을 꼽는다.

 살아가면서 접하는 다양한 교양 중에 어떤 것을 내면화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함으로써 문화적 정체성이 구축된다는 설명이다.

평화의 소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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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문영 / 내인생의책 / 44쪽 / 1만3천 원

"평화의 소녀상은 천 마디 말보다 귀한 굳건한 표정으로 역사의 진실을 보여 주고, 전쟁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어요. 소녀상이 주는 이러한 평화의 메시지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동작가 윤문영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세계의 문제이며 또 다시는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그림책을 펴냈다.

저자는 꽃다운 소녀들이 ‘근로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끌려갈 때, 지옥 같은 세월이 지나 해방이 되고 먼 길을 돌아온 소녀들이 방황하고 있을 때도,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묵했다고 말한다. 이에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또 평화의 소녀상을 방방곡곡에 건립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생명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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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성 클라라 수녀원 / 프란치스코출판사 / 80쪽 / 5천 원

강화도에 있는 인천 성 클라라 수녀원의 수녀들이 이웃과의 소통을 위해 책「생명의 물」을 최근 출간했다. 800 년의 역사를 지닌 성 클라라회의 14명 수녀들이 기도하고 노동하는 삶 안에서 성경을 묵상하며 타종교와의의 소통에까지 마음을 열어놓고 적어낸 글들이다.

가난한 자매들의 삶을 통해 본 가난은 부족하고 모자란 것이 아니라 놀라운 자격을 획득하는 풍요라고 그들은 말한다. 신(하느님)과 자신 사이에 놓인 것이 아무것도 없기를 바란 이들에게는 현실의 재물이나 권리들이 마음의 첫 자리를 차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 다른 몫을 선택한 수도원의 생활이 신(하느님)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무한한 풍요를 주는 삶이라고 설명한다.

발랄한 언어에 담은 맑은 이야기들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의 철학에 대한 목마름을 일깨워 주고 신앙과 영성세계로 이끌어 준다. 또 수녀들은 무엇을 얻기 위해 이러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한 번 읽어볼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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