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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현린 논설실장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냉전의 잔재인 한반도 분단 70년의 역사를 끝내는 것이 곧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일이다. 통일 한반도는 지구촌 평화의 상징이자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동북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크게 기여할 것이고 평화통일을 이룬 한반도는 핵무기가 없고 인권이 보장되는 번영된 민주국가가 될 것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밝힌 내용 중 일부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남북한 간에 신뢰구축 노력이 진전될 경우 재래식 무력의 감축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핵문제에 대해서도 남북한 간의 협의를 추진할 용의가 있다. 이 지상의 모든 나라가 평화와 공동번영의 동반자로서 서로를 개방하고 교류협력의 길을 넓혀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

 이는 지난 1991년 9월 24일(현지시각) 남북한이 각각 다른 의석으로 유엔에 가입한 이후 유엔 회원국 국가원수로서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뉴욕 유엔총회에서 처음으로 행한 연설 내용이다.

 필자는 언제부터인가 해마다 국제연합일(10월24일)이 들어있는 시월이 오면 마음은 뉴욕에 가 있곤 한다. 이유는 아마도 24년 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당시 특파원으로 뉴욕 유엔본부 현장에서 역사적인 대한민국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봤기 때문일 게다.

 남과 북이 함께 유엔에 가입 된지도 어언 24년이 흘렀다. 1991년 9월 연설이후 달라진 것이 눈에 띄질 않는다. 여전히 남북관계는 긴장의 연속이고 왕왕 무력충돌까지 빚고 있다.

 유엔가입 이후 4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흐른 것에 비해 그저 통일만 희구할 뿐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당초 유엔 가입당시 남북한은 유엔헌장을 준수할 것을 국제사회에 천명했다.

 유엔이란 무엇인가? 유엔은 전대미문의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참화를 겪은 후 국제관계의 안정과 평화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1945년 창설된 국제평화 기구다.

 헌장에는 잘 다듬어진 미문으로 된 조항들이 있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법규는 아무리 국제연합헌장이라 하더라도 도서관에 사장돼 아무도 찾지 않는 舊法書(구법서)와 같다고 하겠다.

 유엔 헌장에 따라 국제평화와 안전유지에 일차적 책임을 지는 안전보장이사회도 이렇다 할 강제력을 발동하지 못하고 있다.

유엔 가입은 안보리의 권고에 따라 총회의 결정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유엔 헌장은 또한 헌장상의 원칙을 위반하는 회원국에 대한 권리 및 특권행사 정지와 제명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 규정이 실제로 적용되기는 사실상 어렵다.

 아직 인류는 정의가 무엇인지 모른다. 겉으로는 정의와 평화, 사랑을 외치면서 어린 생명 하나 살려내지 못하고 죽음으로 빠트리고 있는 국제사회다.

 얼마 전 터키의 한 해변 백사장에서 시리아 난민 중 3살짜리 한 어린아이가 잠을 자는 듯한 모습으로 누워 숨져있는 모습이 발견돼 전 세계를 충격을 주었다. 푸른색 반바지에 빨간 티셔츠를 입은 비운의 이 꼬마는 시리아 북부 코바니 출신의 ‘에이란 쿠르디’로 밝혀졌다.

 그 숱한 학자들이 정의(正義·Justice)에 대한 정의(定義)를 내리고 있으나 이렇다 할 ‘정의론(正義論)’은 없는 것 같다. 고래(古來)로 플라톤의 정의론에서부터 20세기 최대의 법학자로 일컬어지는 한스 켈젠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최근 미국 하버드 대학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같은 제목의 정의론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유엔 회원국으로서 적지 않은 금액의 분담금을 납부하고 국제평화유지군도 파견하여 세계 평화에 이바지 해 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문제, 통일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제자리로 답보상태다.

 지금도 여전히 남북한 간 긴장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아베는 전쟁과 무력을 영원히 포기한다는 규정인 평화헌법 9조 삭제 구상에 골몰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나라의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정치권은 연일 다가오는 총선 공천문제를 놓고 ‘안심번호’니 ‘걱정번호’니 하고 티격태격 정쟁이 멎을 날이 없다.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며 다투는 형국이야말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총선을 불과 6개월 앞두고도 선거구조차 획정하지 못하고 있는 한심한 정치권이다. 수신제가(修身齊家)연후에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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