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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희선 교육정책포럼대표,객원논설위원

추신수 선수는 7년간 총 1천370억 원으로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하고 맹활약해 4년 만에 팀이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이뤘고, 가을 야구에 진출케 됐다.

이런 성공의 동인으로 그의 아내에 관한 감동적 얘기가 화제로 올랐다. 추신수가 미국생활 초기에 월급 100만 원으로 살아야 했던 가족의 고통을 견디기 어려워 아내에게 귀국하자고 했을 때 부인은 남편이 미국에서 꿈을 이룰 것으로 굳게 믿고 단호하게 만류했다고 한다.

더구나 방 한 칸으로 생활했던 형편에서 남편이 잠을 깨지 않고 잘 수 있도록 2시간마다 젖 달라고 우는 아기를 안고 아파트 복도로 나가 젖을 먹였다고 한다.

둘째 아이 출산 때는 남편이 원정 중이라 혼자 병원에서 출산하고, 큰 아이를 돌보느라 출산 다음날 둘째 아이를 가랑이 사이에 끼고 운전해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또 남편을 위해 스포츠마사지 자격증을 따서 만삭의 몸임에도 남편을 위해 마사지를 해주는 등 많은 일화가 알려지고 있다. 조금만 더 고생해 보상받고 호강하며 잘 살자는 남편의 위로의 얘기에 오히려 "보상받으려고 고생 하냐"고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진짜 믿음은 보상을 우선하지 않는데 있으며, 그래야만 그런 노력이 가능하다고 본다. 추신수는 그녀의 믿음을 만나기 전까지 열정만 가진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꿈을 이루게 하고 싶다면 방법의 본질은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추신수 부부의 얘기를 전해 듣고 많은 남편들이 아내에게 "내조를 좀 잘해 달라"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러면 아내들은 "무엇이든 다 할게. 그럼 당신도 추신수처럼 천억 원 벌어와 봐"라고 말한다면서, 김종원 작가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많은 남자들이 추신수 아내 같은 여자를 만나고 싶어 하며, 또 많은 여자들은 추신수 같은 남자를 원한다면 자신이 가진 강력한 힘을 전혀 모를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남편이나 부인을 잘 만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한다면 추신수 부부 얘기의 본질을 보지 못한 편견이라고 할 수 있다. 편견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데 있기 때문이다.

 편견은 인간이 다양한 정보 중에서 몇 가지만 선택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며, 또 인간은 자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정보만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더 나아가 칸트와 베이컨, 데카르트와 같은 철학의 대가들은 편견이 단지 부당한 반감이나 적대감을 가리키는 것이기 보다 오히려 우리에 대해 그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모든 판단의 원칙을 가리킨다고 강조했다.

또 이런 광범한 의미의 편견을 제거하려는 열망이 우리시대의 강렬한 지적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하버드 대학의 애덤 샌델 교수(‘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의 아들)는 최근 저서 ‘편견이란 무엇인가’에서, 편견을 무조건 배척하는 현상에 도전하고자 했다.

우리가 내리는 판단은 언제나, 아직 정당화되지 않은, 대부분 우리의 의식적 관심 아래에 깔려있는 선(先)개념(선입견)과 그 몰입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나 특정한 편견은 판단을 방해하기보다 실제로 좋은 판단을 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편견은 사전에 이루어진 생각으로서, 진리나 객관성에서 떨어져 있음을 여러 철학자의 사상을 통해 입증하려고 했다.

 예컨대 칼포퍼는 어떤 주장이 과학의 범주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 주장에 틀릴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해야 하는데, 편견이란 틀렸다는 것에 대해 바꾸지 않고 고집을 하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반증 가능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정치, 경제, 교육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갈등의 원인이 되는 다양한 편견은 진리와 객관성에 가깝도록 사안을 인식하는, 즉 그 반증 가능성에 초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샌델은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대화와 수정을 통해야 한다고 했다. 예컨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 문제만 보더라도 본질을 외면하고 편견에 빠져있는 것이 아닌지 정당한 판단이 필요하다.

역사교육을 통해 올바른 국가관과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길러주기 위해서 어떤 인식과 판단이 선행돼야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즉 애국심의 고양을 명분으로 하면서 발전된 오늘의 국가 상황에서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것과 ‘검인정 과정과 기준 등의 제도적 개혁’을 통하는 것 중에서 어느 편이 정당성과 객관성을 향해 편견의 반증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의 관점에서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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