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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엽 (사)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형제 자매가 유난히 많았던 시절, 어머니가 내 오시는 간식이나 먹거리에 대해 거의 본능적으로 양의 많고 적음과 질의 차이에 대해 눈을 반짝이며 재빨리 감지해 낸 우리의 어린시절이 있었다. 물론 형이라고 좋은 것 많이 주고 반대로 막내라서 좋은 것으로 골라 먹인 그러한 불평등에 관한 불편한 진실과 갈등 일화 하나쯤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본다.

 네 것 내 것이 구분되고 자기에게 올 몫, 주어진 몫의 많고 적음이 예민하게 그 자존감과 자기애의 시작점으로 일깨워졌든 어린시절의 추억거리였다고 회상해 본다.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미묘한 불평등이 항상 우리를 화나게 만들고 짜증나게 했으며 일탈을 부추긴 것으로 여겨진다.

 딩동! 딩동! 민원을 접수하는 곳 어딜가나 고객순번 대기표를 기준으로 번호가 올라오거나 뜨면 업무의 접점을 유지하고자 대면 내지는 상담, 업무추진 등이 이루어진다.

 관공서, 은행 등 대(對) 고객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은 거의 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시간에 대한 평등과 자기실존에 관한 평등성을 보장하라는 사회적 약속이자 일종의 게임의 룰인셈이다.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닫아두고 차별없는 선착순에 대한 일괄적 허용이었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동일선상의 상황에서 순서를 내세우며 평등과 공평, 공정, 진정성 같은 단어들이 얼굴을 보이지 않은채 아주 미세하지만 가늠할 수 없을만큼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촉진시켰는지도 모를 일이다.

 금년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영국의 앵거스 디턴 프린스톤대학 교수가 선정됐다.

 한창 이슈였든 토마 피케티가 경제성장과 사회성장의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자 그 반대편에서 불평등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기한 앵거스 디턴 교수 역시 동반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디턴교수는 피케티와는 달리 불평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나 기능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직접적 지원 보다는 불평등 상태를 그대로 인정하고 그 틀 속에서 스스로 성장할 동력을 얻어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쉬운 이야기로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 주라는 우리 속담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이다.

 불평등을 인정하고 남과의 차이를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자신의 성장동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긍정적 가치를 나타내 보일 수 있다는 내용 정도로 이해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조직생활을 하면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문제에 대한 인정’이라는 것이다. 불평등이라고 느끼는 순간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야기되는 여러 형태의 갈등과 부조화는 자신과 주변을 모두 힘들게 하고 가진 힘을 소진시키는 묘한 죽은 에너지 생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불평등과 불이익, 부조화를 먼저 인지하고 인정하는 일이 평등으로 가는 지름길인 것임을 반드시 이해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인정하고 받아들인 후 불평등과 부조화의 원인과 내용을 세세하게 나누어 불평등을 야기한 단층을 축약시켜 가자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문제해결의 실마리로 자리 잡힐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즉, 문제를 잘게 나누어 단순화 시켜 보라는 것이다. 너무 많은 불평등과 그에 따른 갈등의 요인들은 사실 체념의 미학으로 이어지고 또 다른 더 큰 갈등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그래서 받아들이고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 보는 방식에 이제는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불평등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평등에 관한 권리만 내세우게 되면 그 자체가 성장동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자기 시선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불평등을 인정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 보다 나은 평등의 길로 가는 자기경영의 진수를 만들어 보자고 드리는 제안이다. 성장동력은 스스로 불평등을 인정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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