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 및 광역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 총 360여곳을 대상으로 지난 20일간 실시됐던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주말 마무리된다.

이번 국감은 대선이 눈앞에 다가온데다 현정부 임기중 여러 국가기관들의 살림 내역을 샅샅이 살펴볼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 속에 진행됐다. 그러나 국감성적표는 합격점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행정부의 국정수행 내역에 대한 실질적인 감시.견제기능은 외면한채 정치현안을 둘러싼 대선 힘겨루기의 마당으로 변질시켰기 때문이다. 우려가 현실화된, 예견됐던 결과다.

국감현장은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저질 욕설 추태와 진위 여부를 가려낼 수 없는 폭로성 정치공방이 곳곳에서 벌어졌고, 그 와중에 파행과 공전사태도 잇따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막바지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이른바 `병풍(兵風)'의혹을 놓고 끝도 없는 소모적 공방을 계속했다. `대북 비밀지원설' 등 내용면에서는 파괴력이 작지않은 사안들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이 더이상 구체적이고도 신빙성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대형 폭로들도 이어졌다. 특히 정보위는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자격시비로 6개월째 파행이 이어지면서 아예 국감을 실시하지도 못했다.

따지고 보면 어차피 2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300개가 넘는 기관의 한해 업무추진 내역을 상세히 들여다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그만큼 각 정당이나 의원들은 자세를 다잡고 밀도있는 감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여야가 정치공방에 몰입해있는 뒤편에서 적당히 넘어가고 문제점이 덮여진 나라 살림살이가 적지않을 터이다. 그 손해도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됐을 터이다.

낙제점을 면치못한 국감성적표는 우리 정치현실에서 대선이라는 회오리의 전방위적 위력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국감기간 공적자금 청문회가 증인채택을 둘러싼 민주당과 한나라당 줄다리기 끝에 사실상 물건너간 것이나, 김석수 총리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관심부족과 준비소홀로 흐지부지 넘어가게된 것도 원인을 따지고 보면 모든 것을 대선전략적 차원에서 판단하고 대응하는 각 정당의 당리당략 때문이다. 국감이 끝나면서 이제 정기국회도 중반으로 접어들었고, 내년도예산안 심사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각 정당과 의원들은 대선을 앞둔 대립과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그래서 불가피하게 소홀히 다뤄질 수밖에 없는 민생현안이 쌓일수록 국회에 거는 `민생의 안전판'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

국민과 민생을 위한 최소한의 의무는 지키도록 해야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