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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
북성동 차이나타운에 중국의 유명도시 이름을 딴 테마거리를 조성하겠다는 인천시의 계획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립니다. 내국인에게는 이국적 매력을, 유커들에게는 친근한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겠다는 발상이라 하는 군요.

 중국의 수도 베이징, 최대 도시 상하이의 번화가인 난징로 등을 차이나타운에 가져다 쓰고 필요한 경우 그곳에서나 볼 수 있는 유명 조형물도 설치할 생각이랍니다.

물론 인천시는 이를 중구청과 도로명 주소를 부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협의하고, 불가능할 경우에는 상징적인 의미만 부각시킨다는 신중함도 보이고 있습니다.

 또 중구청이나 차이나타운 번영회와 사전 협의를 거쳐 테마거리를 정하겠다고 해서 자신들의 뜻대로 밀어붙이지는 않겠다는 것과 우선 1~2곳을 시범적으로 선정하고 후에 추가적으로 확대할 것이며 이는 중국관광객 유치와 인천, 중국간 교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중국관광객을 북성동 차이나타운에 유치하기 위한 계획이라면 일단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일테고, 더구나 중국과의 교류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만 있다면 적극 권장해야 하겠습니다만 ‘거리 이름이나 따다 쓰고 조형물을 베껴 오는 것’으로 가능한 일일까 하는 회의감이 먼저 듭니다.

먼저 도로부터 생각해보지요. 북성동 차이나타운에는 자유공원에서 인천역으로 내려가는 큰길과 중국 음식점 본토에서 해안성당과 새 공화춘 앞길을 거쳐 송월동으로 빠지는 큰 길이 있지요.

그리고 주변에서 진입할 수 있는 그리 길지 않은 길 3곳이 전부입니다. 중국 유명도시의 번화가 이름을 걸었다가 혹 유커들의 입에서 "에게게 이거 뭔가" 하고 얼굴 찌푸리게 되면 되레 마이너스 효과가 날까 두렵습니다.

그리고 한 번쯤 주말에 다녀오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사람들이 꽤 모여들지요. 혼잡하다고 할 정도입니다. 소문난 만두와 빵 사려는 인파가 길게 줄 서있는 모습도 도처에 보입니다. 그런 곳에 무슨 조형물이 필요할까요?

 인-차이나 프로젝트도 있지요. 크게 3대 분야 6대 전략, 24개 사업이라고 했습니다. 중국과의 교류, 비즈니스 기반 구축을 보다 확대하고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필요하겠지요. ‘親인천 중국인 양성 사업’도 중국인들이 인천을 친근하게 하겠다는 것이니 박수 받을 일입니다.

 인천지역 중국인 유학생과 함께 교류협의회를 구성하거나 인천생활을 편하게 돕는 일도 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900명도 안되는 유학생이지만 잘만 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천시가 차이나타운에 대해서나 인천, 중국 간의 프로젝트를 보면 탁상공론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게 꽤 많습니다. 때로는 실천의지도 없이 정책구상만 내놓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듭니다.

 예를 들어 차이나타운의 중국 유명도시 이름 같은 경우 실질적으로 효과를 내려면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처럼 인천의 정체성이나 발전 가능성을 상징할 수 있는 대표적인 도로를 택할 일이지 협소한 북성동 차이나타운에서 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아니 자칫하면 중국관광객들로부터 비웃음을 받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필리핀이나 태국 같은 나라에서 한국관광객 유치하겠다고 서울의 종로나 을지로 같은 이름을 옹색한 거리에 붙인다거나 보신각을 흉내낸 종루나 설치한다고 좋아할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을까요?

 인천시의 계획이 염려되는 이유는 이외에도 많습니다만 인천과 중국과의 교류, 비즈니스를 강화하기 위한 뜻만큼은 소중하고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지요.

 더욱 활력 있게 각종 사업이 전개되어 소기의 성과를 얻기 바라지요. 더하여 중국관광객이 인천을 스쳐 지나가는 통로가 아니라 관광의 목적지, 아니 차선책으로라도 서울 다음에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되도록 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지요.

그 가운데 하나 더 말씀드린다면 영종도의 국제공항 주변에 용유, 무의도 해변에 중국관광객들을 유치할 시설에 보다 관심을 쏟는 일이 북성동 차이나타운에 대한 구상보다는 훨씬 나으리라는 것입니다. 중국과 인천이 보다 가까워지게 하려면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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