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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현(주)글로벌FM 수도권금융센터 지점장
저금리와 고령화, 그리고 부동산시장의 침체 등 사회 전반적인 부정적 원인으로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효과적으로 증식시키는 수단이나 방법의 선택이 협소해 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이다 보니 적어도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에 대한 정보가 봇물처럼 넘쳐나고 있는데, 이를테면 달러에 투자해야 한다느니 금을 사야한다느니 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그런 조언이 그리 탐탁치만은 않다. 고속성장시대의 천박한 자본주의에 기초한 투기적 처방을 남발하는 것이 과연 대중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의 화두로 등장한 ‘재테크’는 재무 테크놀로지(financial technology)의 줄임말로 30여 년전 미국을 비롯한 금융선진국에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해서 자산을 증식시키는 기술적 기교를 일컫는데 글자 그대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개인의 라이프사이클과 우선적 재무목표에 따른 고려가 동반되지 않았고 체계적인 자산의 관리와 운용을 기대할 수 없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미국이나 서유럽권을 비롯한 금융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재테크라는 개념을 폐기하고 재무설계(Financial Planning)를 통해 종합적으로 개인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재테크와 재무설계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예를 들어, 2년 후 결혼을 앞두고 있는 미혼남성이 있다. 평소 모험을 좋아하는 이 남성은 연환산 20%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해외 이머징마켓펀드에 자신의 저축가능금액인 150만 원을 몽땅 투자하려고 한다. 이때 재테크의 관점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으니 옳은 결정이라고 등을 토닥여야 할까?

 만약 결혼을 앞둔 시점에 가입한 펀드의 자산손실이 막대하여 결혼을 미룰 수 있다면 아무런 상관이 없다. ‘high risk, high return.’ 연환산 20%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은 반대로 20% 이상의 손실을 감수하겠다는 의미와 같기 때문이다.

 반대로 보수적인 40대 가장이 20년 후의 은퇴자금마련을 위해 금융상품을 고르다가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투자형 상품이 부담스러워 예금자보호가 되는 연 2%의 적금에 가입하려고 한다. 이 40대 가장은 자산의 안정성을 담보 받았으니 옳은 결정을 한 것일까?

 5천만 원의 예금자보호와 2%의 적금금리(수익률 약 1%)를 얻는 대신 20년이라는 시간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와 엄청난 복리의 마술을 포기하는 것이 아깝지 않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말이다.

 이렇듯 재무설계는 개개인의 상황과 여력에 맞춰 평생에 걸친 풍요로운 삶을 담보하고자 하는 일련의 프로세스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어 현재의 생활이 유지되는 것에 안도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더 세부적인 재무설계가 필요하다.

 오늘을 사는 것이 힘겹다고 내일을 위한 계획이 미뤄진다면 다람쥐 쳇바퀴처럼 고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부서진 쳇바퀴에 깔려 신음하는 미래가 자명하기 때문이다.

 개인마다 각기 다른 삶의 모습에 따라 적절한 금융상품을 선택하고, 실천하고, 점검하는 과정을 통해 자산을 효과적으로 늘려가는 재무설계의 관점을 이해한다면 무분별한 재테크의 개념을 과감히 탈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에게 손해를 끼치는 금융상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지 않는 금융상품을 선택했기 때문에 손해를 입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그렇게 보다 나은 삶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재무설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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