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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엽 (사)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직장에서 은퇴할 무렵 ‘대한민국 지식인 100인’에 선정되고 해당 기관 미디어 매체에서 <10문 10답>이란 인터뷰 코너를 진행했다. "은퇴 후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나눔과 배려’ ‘봉사활동’이라고 답했다. 이는 나름 삶의 방향과 좌표였는데 이 두 기둥을 가치로 이어가기 위한 소박하지만 끊임없는 노력을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또 그에 따른 실천적 삶을 제2의 인생에서 구가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최근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이들을 위해 여러 행사를 기획하고 실천하며 좀 더 다양한 채널과 가치체계를 확보해 나가려고 노력중에 있다. 특히 금년도 하반기 토요일은 거의 매 주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나눔의 실천행사를 주관하고 있는데 어제와 다른 관점, 내일이면 바뀌게 될 일상의 화두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정리하며 계획을 다듬어 본다.

 문제는 두루 나와 함께 하고 같이 가자는 의미를 보다 진지하고 밀도 높게 부여해 보자는 것이다. 나누고 배려하고 봉사하는 그런 관념적 차원이 아닌 그냥 편하게 ‘함께’, ‘같이’라는 마음만이라도 서로 나누자는 것이다.

 며칠 전 금융회사(금융공기업 포함) 취업 논술시험에 ‘빅 아이, 스몰 위(Big I, Small We)에 대해 논하라’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다고 한다. 내가 입행할 당시 치룬 논술에서의 제목 ‘조직과 개인에 관한 견해를 밝히시오’라는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꽤나 쿨하고 시크한 그런 맥락의 제목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공통점이 엿보였다.

 아무튼 이 개념은 미국의 긍정심리학자 마틴 샐리그만(Matin Saligman)이 주창한 개념으로 모든 조직은 생리학적으로 계속 발전을 해야 하고 진화와 성장, 거듭남을 담보로 해야 하는 숙명적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내 자신을 크게 내세워야 성공이라고 느끼는 ‘빅 아이:Big I’ 개념과 그렇게 자기만을 챙기는 초이기주의로 인해 주변 사람 모두를 작게 만든다는 ‘스몰 위:Small We’ 개념으로 작금의 시대상황을 전하고자 이러한 메시지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나만 잘되고 보자는 초이기 지향 사회에서 개인과 사회의 상관관계를 순리적으로 풀어가는 키이슈(Key Issue)인 셈이다.

 이렇듯 나 자신과 사회에 대한 상호작용을 논하는 일은 그야말로 끝이 없는 평행선으로 마주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그래도 이기심이 이타적 공동체 정신을 잠식해가며 그 위에 군림하려 한다면 진화나 나아짐이 아닌 분명 퇴행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개인의 행복과 불행이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의 정교한 상호작용이 여의치 않게 작동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라는 프레임으로 사회는 이렇게 급속히 바뀌어 가고 있으며 또 다른 생태계와 모델, 아이콘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제 나만의 그 어떤 이익을 취하려고 할 때 반드시 조심스레 주변을 살펴봐야 하는 그런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탈이기적 분위기는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본다.

 이제 우리는 가능하다면 내 자신의 행복이 다른 사람에게도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생각하고 실천하는 지혜가 반드시 필요한 시대라고 여기고 싶다.

말로 아무리 떠들어도 스스로 직접 나서 행하는 실천적 지혜(Practice Wisdom)라는 개념이 돋보여야 하는 이유이다.

 앞서 이야기한 마틴 샐리그만의 행복론을 즈음에서 다시 한 번 살펴 보도록 하자. "행복한 사람은 실제 보다 좋은 일이 더 많았다고 생각하고 나쁜 일은 잘 잊어버린다.

반면 불행한 사람은 나쁜 일에 집착하며 그것을 잊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이 행복을 추구하려면 지켜야 하는 실천적 지혜가 요구된다는 대목이기도 하다. 나눔의 실천은 내가 가진 것 중에서 더 이상 욕심내고 소유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아주 조금 남을 위해 나누자는, 그야말로 우리 연구원 모토 ‘작은 실천, 녹색가치’에 근간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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