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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범 아나운서
만산홍엽(滿山紅葉)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산마다 울긋불긋 저마다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냅니다. 전국의 명산들은 단풍을 즐기려는 행락객들로 북적입니다.

가을이 지닌 여러 별칭 중에 ‘독서의 계절’이 있습니다. 마침 올해는 인천이 유네스코에서 선정한 세계 책의 수도이고 얼마 전에는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인천에서 성대하게 열리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나라는 스웨덴이라고 합니다. 유럽연합 27개국의 15세 이상을 대상으로 유럽위원회가 조사한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 국민의 연평균 독서율은 90%로 세계 1위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연평균 독서율이란 1년간 1권이라도 책을 읽은 사람의 비율을 뜻합니다. 스웨덴에 이어 네덜란드 86%, 덴마크 82%, 영국 80%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공공도서관 이용률도 74%로 스웨덴이 역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스웨덴의 공공도서관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만민교육’이라는 명제 아래 지난 세기 초에 민주사회를 이끌어갈 시민 교육 차원의 학습동아리 운동이 크게 일면서 생겨난 작은 도서관들이 전국적인 공공도서관 체계로 발전해 국민들의 책 읽는 문화에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같은 해(2013년) 한국의 독서율은 73%,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32%였다고 하는군요. 물론 통계 시점 및 방식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습니다.

 2012년 평균 독서량 통계도 있습니다.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 독서량은 일주일 평균 3.1시간입니다. 30개 주요국 평균 독서시간이 6.5시간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입니다. 권수로 따졌을 때 직장인을 기준으로 한 해 평균 독서량은 약 15권이고, 연령이 낮을수록 독서량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런데 1년 후인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독서량은 더 감소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성인 1인당 연간 독서량이 9.2권, 월 0.76권에 불과했습니다. 요즘 출판업계가 불황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다른 즐길 거리가 점차 많아지는 데다, 책을 읽을 삶의 여유가 없다는 점이 근본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더군요.

 이런 가운데 기호일보와 인천문화재단에서 공동으로 2015 세계 책의 수도 지정을 기념해 의미 있는 이벤트를 엽니다. 오는 9일부터 29일까지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열리는 ‘인천시민과 명사가 함께 하는 애장도서 100선 전시회’가 바로 그것입니다.

저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애장도서를 제출했습니다. 상명대학교 구현정 교수님이 쓴 ‘대화’라는 책입니다. 구 교수님과 함께 방송한 것이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올바른 언어생활’을 주제로 일주일에 한 번씩, 일 년간 함께 방송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당시 상명대 어문대학 학장으로, 한국화법학회 회장으로,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순화심의위원 등의 활동으로 무척 바쁜 가운데에서도 흔쾌히 방송에 응해주셨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뵙지 못했는데 이번 전시를 계기로 찾아뵙고 인사드려야겠습니다.

이 책은 구 교수님이 EBS 교육방송에서 다루었던 재미있는 주제를 엮은 것입니다. 제목 그대로 대화의 원리, 실생활에 필요한 말하기 센스 등을 통해 좋은 말솜씨가 자기 경영의 시작임을 깨닫게 합니다.

제가 아나운서 생활을 하면서 자주 꺼내 읽는 책입니다. 참고로 구 교수님은 제 졸저 ‘소통의 정석’에 추천사를 써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전시회가 시민들의 마음을 더욱 더 풍성하게 해주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소통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인류가 오랫동안 축적해놓은 지식과 통하고 싶으십니까? 책을 여시면 됩니다. 바야흐로 만산홍엽, 만인독서(萬人讀書)의 계절이니까요. 오늘의 과제입니다. 인생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 책으로 주위 사람들과 소통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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