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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모든 인간의 공통된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행복’이 아닐까? 그런데, 행복이란 한 마디로 정의하기 곤란한 철학적 개념이다. 로크(John Locke)는 행복을 쾌락(pleasure)을 추구하고 고통(pain)을 회피하려는 욕구와 동일시했으며, 방해(uneaseness)를 제거하는 것을 행복의 출발점으로 여겼다.

 그는 감각의 행복과 지성의 행복을 구별하고, ‘지성적 존재의 최고완성은 참되고 확고한 행복의 주의 깊고 영원한 추구’라고 규정하였다.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행복추구권(right to the pursuit of happiness)’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 권리는 1776년 미국 독립선언서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 이전에 버지니아(Virginia) 권리선언이 ‘재산을 취득하고 소유하고, 행복과 안녕을 추구하고 획득하는 수단을 수반하여 생명과 자유의 향유’를 인간의 자연권(自然權)으로 규정한 바 있는데, 이를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독립선언에서 ‘생명, 자유, 행복추구(life, liberty and pursuit of happiness)’로 정리한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 헌법에 행복추구권을 처음 규정했는데, 헌법재판소는 "인간은 누구나 각자의 자유의지(自由意志)에 따라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고 자신의 인격을 자유롭게 발현(發現)하여 행복을 추구해 갈 수 있다(헌재 2003.6.26 선고, 2002헌가14)"고 하면서 "행복추구권은 그의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일반적인 행동자유권과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을 포함한다(헌재 1991.6.3. 선고, 89헌마204)"고 판시하였다.

 우리 사회가 ‘참다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이 다음 사항들을 인식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행복추구권은 ‘자기결정권(獨;Selbstbestimmungsrecht)’이라는 관념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자기결정권(自己決定權)이란 인격적 자율권으로 자기인격의 발현을 위한 권리를 말한다.

우리 속담에도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 말이 있듯이 ‘행복’은 ‘자기결정’ 내지 ‘자기선택’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행복은 ‘자유’와 ‘자율’을 전제한 주관적 개념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상의 인간상(人間像)은 자기결정권을 지닌 창의적이고 성숙한 개체로서의 국민이다. 우리 국민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생활을 자신의 책임 하에 스스로 결정하고 형성하는 민주적 시민이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1998.5.28 선고, 96헌가5).

 둘째, 자신의 행복추구권을 존중받으려면 타인의 행복추구권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타인의 행복추구권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행복추구권을 일방적으로 고집한다면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없다. ‘나만의 행복’이 아니라 ‘우리들의 행복’이 가능해야만 그 안에서 진정한 ‘나의 행복’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셋째, 행복은 ‘다양성’이 허용될 때 가능하다는 점이다. ‘행복의 가치와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며, 내가 가진 행복의 가치와 기준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말하자면 행복의 가치와 기준은 대단히 다양하며 상대적이라는 점을 용인해야 한다.

 최근 ‘헬조선’이라는 합성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지옥이란 뜻의 영어 ‘헬(hell)’과 우리나라를 뜻하는 ‘조선’을 합친 말로, ‘지옥 같은 대한민국’이란 의미라 한다. 극심한 양극화, 만연한 부패, 상류층의 갑질 등 우리 사회의 부정적 현실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좌절감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주위에 많다는 얘기이니, 가슴 아픈 현실이다. 청년들이 행복추구권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기성세대가 적극 나서야 한다. 3포(연애, 결혼, 출산포기), 5포(3포+취업, 주택구입 포기), 7포(5포+인간관계, 희망 포기)의 늪에서 그들을 구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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