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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우 정강의료재단 위드미피부과 원장
어느새 가을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가을을 흔히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탈모인들 사이에서는 ‘탈모의 계절’이라 불린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모발이 더 많이 빠지는 것이 느껴져서이다. 호르몬의 변화, 여름철 자외선 노출의 축적 등이 관련 요인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으로 완벽하게 입증된 것은 없다. 봄·여름에 비해 가을·겨울에 모발 성장 속도가 더딘 것은 분명하다.

 탈모를 남자들의 고민거리로만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탈모치료를 받는 경우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다. 남성 탈모의 경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안드로제네틱 탈모의 주요 원인을 차단하는 약물이 있어 약물치료만으로도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또 남성의 경우 탈모가 진행돼도 모발 이식에 이용되는 후두부 모발은 보존되는 경향을 보이지만, 여성은 후두부 모발도 같이 탈모되기 때문에 모발 이식의 효과가 남성보다 좋지 않다.

 여성 탈모는 안드로제네틱 탈모와 비안드로제네틱 탈모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안드로겐과 유전에 의한 안드로제네틱 탈모는 대부분 폐경기 이후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비안드로제네틱 탈모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 임신성 또는 출산 후 탈모는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로 빠져야 할 모발들이 빠지지 않고 있다가 출산 후 호르몬이 정상화되면서 한꺼번에 갑자기 빠지게 되는 것이다.

 여성 탈모의 원인으로 체내 호르몬의 불균형, 피임약의 남용이나 심한 다이어트, 스트레스, 수면장애, 출산, 수술, 안정제 등의 약물 장기 복용, 비만, 빈혈, 중금속 오염, 염색·모발 용품에 의한 두피모발 손상, 유전 등이 있다.

 여성의 탈모는 원인이 다양해 교정이 쉽지 않다. 남성처럼 치료에 이용될 수 있는 약물이 없기에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20대 초반 여성들은 모발이 많이 빠지는 상태에서도 아직 젊으니까 괜찮을 거라는 생각과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치료에 적극적이지 않아 가발을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가발의 사용 자체가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고, 다양한 원인에 노출된 경우 젊은 나이에도 탈모가 빨리 진행될 수 있기에 조기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료를 빨리 받을수록 치료비용은 줄이고 치료 효과가 좋다.

 탈모가 진행되면 콤플렉스로 인해 대인관계를 기피하거나 자신감을 상실하고, 또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언젠가 가발을 쓰고 다니던 20대 후반 여성이 치료를 받고 호전돼 가발을 벗고 내원했을 때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가발을 벗을 용기가 이제 나서 벗고 다닌다며 전에 없던 자신감에 찬 얼굴로 기뻐했다. 일도 열심히 하게 되고, 얼굴도 더 예뻐진 것 같이 느껴졌다.

 이에 못지않게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다. 30대 초반 미혼 여성으로 2년 가까이 탈모 전문 클리닉이 아닌 곳에서 면역 관련 약물을 장기 복용하고 중간에 모발 이식까지 받았지만, 더 이상 좋아지기 어려운 상태가 돼 있었기 때문이다. 약물의 장기 복용으로 신장과 호르몬에 문제가 생겨 안타까웠다. 2년 전에 만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남아 있다.

 -정강의료재단 위드미피부과 이철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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