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성 소설가기호일보 독자위원.jpg
▲ 신효성 소설가
<2015년 유네스코 지정 책의 수도 인천> 기념, 문학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 인천을 소재로 한 소설집을 출간하게 되었다. 공동 집필진 6명 중 한 사람으로 참여한지라 지난 토요일 저녁에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출간 기념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개인이 아닌 공동 저자들의 작품을 모은 인천 배경 소설집은 처음이라 했다. 뒤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천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도시다. 글을 쓰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근대 개항기의 다양한 역사와 흔적을 간직한 곳이면서 바다가 있고 섬들이 있어서 품은 이야기가 무진장이다.

 『인천, 소설을 낳다』 테마 소설집이 그동안 인천 작가로서 인천에 빚진 것 같았던 부담을 조금은 덜어 주었다. 앞으로 역량이 되는 한 매력 가득 한 인천을 소재로 짭쪼롬한 사람 이야기를 작품으로 구상하고 싶다.

 인천에서 아이를 키웠고 내 나이도 더해져 갔다. 그 세월 속에는 소금기 머금은 해무도 줄기차게 불어오는 바닷바람도 몸에 새겨져 자화상이 되었다. 대학생이던 풋풋한 시절에 단 한번 월미도로 단체 미팅을 온 경험이 전부였던 인천이 터전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사는 일은 의지와 상관없이 반전의 묘미가 있다. 겨울이라 하기에도 봄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2월에 만수동으로 이사 온 인천은 바람 거칠고 흙먼지가 날려서 비호감이었다. 깡동해진 바짓단 같아 삼십 날을 채우지 못한 2월 달력 판의 빈칸처럼 비워진 마음에 이물감이 불편해 버석거렸었다.

 타지방으로 이주 계획이 서 있는 것도 아닌데 내 삶에서 잠시 머물다 갈 간이역처럼 정이 들지 않았던 인천에서 2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았다.

 부대낀 세월에 녹아든 정서가 속속들이 인천 사람이 되게 만들었다. 인천사람으로 녹여낸 편린들이 소설 작품 속에서 새 생명을 얻어 혼불로 지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볼 참이다.

 만추의 주말에 문학관에서 독자와 문인들을 만나는 자리는 부담도 있었다. 주말 시간을 내 와준 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가치 있는 시간이 될까 고민스러웠다. 이도저도 아닌 작가와의 대담이 된다면 서로 미안한 일이 될 것 같아서 였다. 다행스럽게도 진행은 진지했고 관심이 있어서 질문을 짧게 제한하기도 했다.

 테마 소설집이 인천을 소재로 한 것이라 작품의 배경이 된 곳이 어디이며 그곳을 소설로 형상화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집필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달라는 질문도 있었고, 작품의 소재는 어떻게 찾는지, 작품 세계에 영향을 끼쳤던 일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질문도 있었다.

 6명의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과 소설화한 이유와 의미를 들려주었다. 멀리는 고려시대 강화도의 사찰에 모신 진신사리를 배경으로 한「은합을 열다」부터 현재 송도신도시가 배경인 내 작품「서킷이 열리면」까지 배경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배경의 의미를 알고 난 다음에 읽는 소설은 재미를 더해준다는 말이 작가에게 창작의 불씨 역할을 해 주었다.

 대담 시간이 끝나고 식사를 겸한 뒤풀이 장소에서 문학과 관련한 이야기, 인천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다. 술이 한 순배 돌아 긴장이 풀리고 격의 없는 자연스러움으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문학의 효용성을 환금의 잣대로 계산하는 풍토를 비판하는 말도, 마음 위로해 주는 역할로 문학의 구실을 인정해 주는 말도 이날의 행사에 의미를 부여했다.

 앞으로 또다시 작가와의 대담 시간이 주어진다면 더 진지하게 더 치열하게 작품 활동을 준비하라는 조언으로 새겨듣겠다. 무르익은 만추의 가을밤에 인천 테마 소설집 한 권을 공동 출간한 나는 후한 대접으로 마음 가득 만추의 가을을 안고 돌아왔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