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1호’ 관광호텔인 중구 항동 파라다이스호텔에 그동안 숨겨졌던 동굴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중구는 개점 50년 만에 폐장하는 파라다이스호텔 지하로 연결된 동굴에 대한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현재는 동굴 입구가 꽉 막혀 있지만 자유공원에서부터 연결되는 ‘비밀의 문’이 열리면 관광자원 또는 주민 건강쉼터, 교육공간 등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동굴 입구는 현재 파라다이스호텔 초입에 위치한 한 어망집에 가려져 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때 방공호와 군수창고, 물자 수송로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어망집 주인 박모(55·여)씨는 "15년 전께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했는데 처음 왔을 때는 완벽하게 입구가 막혀 있지 않아 11월인데도 모기들이 날아오고 그랬다"며 "일제시대나 한국전쟁 때 방공호였다고 들었는데 전 주인은 막지 않고 사용한 모양이다"라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현재 부평미군기지 자리를 일제시대 조병창으로 사용했는데, 파라다이스호텔 밑 땅굴과 이어져 인천항을 통해 전쟁물자를 나르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또는 자유공원에 있는 3∼4개 동굴과 이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일본 영사관도 있었고 행정이나 재판 등 이 근처에서 모두 이뤄졌으니 일제의 벙커 역할을 했거나 한국전쟁 당시 방공호로 사용되지 않았겠느냐"고 추정했다.

구는 앞으로 예산을 들여 어망집의 출입구를 열고 동굴 탐사에 나설 계획이다. 사료가 남아 있지 않아 명확한 동굴의 용도나 역사적 가치가 확인되지 않더라도 동굴의 길이, 종류, 연결 방향 등을 확인해 활용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동굴 탐사는 전문가들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강옥엽 인천역사자료관 전문위원은 "파라다이스호텔 밑 동굴은 향토사학자들 사이 일제 수탈 목적 또는 방공호로써 이용됐다고 구전되고 있는데, 사료가 없어 역사적 가치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이번 중구의 탐사를 계기로 율목동 긴담모퉁이, 동구대로, 산곡동 등에서 발견된 동굴들에 대한 조사와 가치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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