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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범 아나운서
얼마 전에 지인으로부터 재미있는 이모티콘을 받았습니다. 어느 단발머리 소녀가 활짝 웃으며 몸을 반쯤 옆으로 기울인 채 머리 위로 두 팔을 뻗어서 큰 동그라미를 만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말풍선에는 자음 ‘이응’이 두 개 적혀있습니다. 무슨 뜻이지 아시겠지요? "응, 알았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90% 가량 된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전화가 통화용으로만 쓰였지만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되면서 음성 통화 이외에 문자로 의사소통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모바일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 사용이 본격화되면서 음성 통화와 문자메시지에 덧붙여 모바일 메신저를 활용하는 경우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에서 얼마 전에 이모티콘 스토어 오픈 4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성과를 공개했습니다.

카카오톡에서 하루 1천만 명이 이모티콘으로 대화한다고 하는군요. 초창기인 2012년에 월간 발송 이모티콘이 4억 건이었습니다. 올해는 매달 20억 건의 이모티콘이 발송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년 동안 무려 5배의 급성장세를 보인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2011년 11월에는 이모티콘이 6개에 불과했는데 현재는 3천여개까지 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모티콘을 구입한 사람도 2012년부터 4년 동안 총 1천만 명에 이릅니다. 지금도 매월 2천700만 명이 이모티콘을 판매하는 스토어를 방문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모티콘, 아마 독자 여러분께서도 많이 사용하고 계실 것입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웹툰 작가와 캐릭터 작가들과 상생하는 모바일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했다는 평가입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이모티콘을 만드는 스타 작가도 여럿 탄생했습니다. 작가들은 초창기에는 별도의 수익이 없었지만 모바일 메신저의 엄청난 파급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카카오프렌즈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팔린 이모티콘은 ‘캣츠멜로디’, ‘기분 좋아져라 이모티콘’, ‘오버와 액션을 그대에게’ 등의 순이라고 합니다.

 이름만으로는 잘 모르시겠지만 보시면 알만한 이모티콘들입니다. 문자가 대세였던 시절에는 문장 전체를 쓰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자음으로만 대화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요즘에는 이모티콘 하나만으로도 서로의 생각을 혹은 느낌을 전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모바일 시대가 낳은 신 풍속도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다 담기에는 좀 부족하지 않을까요? 빠르고 편리한 인스턴트 시대에도 아날로그 감성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그 중요성이 더 부각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장안의 화제인 텔레비전 드라마가 있습니다. ‘응답하라 1988’이라는 제목인데 특히 1980년대 청소년기를 보낸 40대들에게 강한 향수를 느끼게 합니다.

그때는 온 동네 사람들이 네 집 내 집 할 것 없이 한 가족처럼 지냈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엄마 심부름으로 바빴습니다. 각자의 집 반찬을 이웃집에 배달하느라 말입니다.

그리하여 동네 모든 가정이 결국은 십시일반 다 같은 여러 반찬을 놓고 식사하는 정겨운 모습, 그 드라마의 한 장면입니다.

어느 집에서 기쁜 일이 있으면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축하했고 슬픈 일이 생기면 자신의 일 인양 위로하고 지냈던 그 시절. 그때의 풍경이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는 이질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말 그대로 ‘한 가족’에 다름 아닙니다.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있듯이 사람들 간에 말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면 삶이 더 윤택해집니다. 같은 집에 살아도 얼굴 마주치기도 어렵고 대화하기도 힘들다면 새로운 소통의 길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누구나 바쁜 시대 통화도 어려워 문자로, 그것도 힘들어 이모티콘만으로 소통하는 요즘 세태가 가끔은 서글퍼질 때도 있습니다.

 외롭고 지칠 때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다시 살아내게 하는 놀라운 힘이 있음을 한번쯤은 경험해 보셨을 것입니다. 부쩍 추워진 겨울입니다.

주변에 마음이 추운 사람이 있다면 그 이에게 문자 대신, 이모티콘 대신 목소리로 따뜻함을 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의 과제입니다. 평소에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하는 지 스스로 생각해보시고 따뜻함을 좀 더 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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