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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수 정강의료재단 부평정강병원 부원장
요통(허리통증) 때문에 정강병원을 방문한 50대 중년 여성 김모 씨. "허리 아픈 데는 걷기가 좋다"는 주변의 권유에 따라 등산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통증이 악화됐다고 호소했다. 그녀처럼 등산이나 달리기·걷기 동을 한 다음 요통이 더 나빠져 스포츠클리닉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의사들이 요통 환자들에게 걷기를 권하는데, 왜 그녀의 요통은 악화된 것일까?

과거에는 갑자기 요통이 생기면 쉬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최근에는 오래 누워 쉬면 척추를 지탱해 주는 허리 근육과 복부 근육이 약해지므로 2∼3일 쉰 뒤 움직일 것을 권하고 있다.

걷기는 허리 건강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우선 전신 체력인 심폐지구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요통으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심폐지구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러면 쉽게 피곤해지고 피로 회복도 느리게 된다.

걷기는 진통제 효과도 제공한다. 큰 근육을 사용하는 유산소운동은 엔돌핀 분비를 촉진해 통증을 덜 느끼도록 해 준다. 그리고 척추를 세워 주는 척추 기립근과 복부 근육을 강하게 만들며 혈액순환을 좋게 해 손상된 디스크나 인대 근육의 치유를 빠르게 한다. 또한 걷기는 특별한 장비 없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안전한 운동이

므로 의사들은 요통 환자들에게 걷기를 권장한다.

그런데 걷기를 할 때도 조심할 것이 있다. 요통 환자들은 평지나 포장된 도로를 걷는 것이 안전하다. 울퉁불퉁한 도로를 걸으면 골반과 척추에 불균등한 충격이 전달된다. 그러면 손상된 디스크나 인대 근육에 미세한 손상이 누적되는데, 이것은 통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걸을 때는 척추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척추는 일직선으로 된 것이 아니라 S자처럼 약간 휘어져 있다. 지면에서 전달되는 충격을 스프링처럼 흡수하는 데 매우 유리한 구조다. 그런데 언덕이나 계단을 오르면 허리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러면 척추뼈 사이에 있는 디스크에 불필요한 압력이 전달될 수 있다.

장시간 걷는 것도 오히려 척추에 부담이 된다. 특히 척추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골반의 정렬이 바르지 못한 요통 환자의 경우 걸을 때 발생하는 충격이 골반의 정렬을 더욱 나쁘게 만들어 요통을 악화시킬 위험이 무척 높다. 걷기나 등산을 하고 난 다음 요통이 악화됐다면 골반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 이런 환자들은 걷기운동을 하기에 앞서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골반을 바로잡는 운동을 하거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예외 없는 법칙이 없듯 모든 사람에게 좋은 운동이란 없다. 가장 안전한 걷기조차 어떤 요통 환자에게는 나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일정 기간의 치료 후에도 호전이 없거나 하지나 방광, 항문괄약근의 마비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지만, 일반적으로 허리디스크(수핵탈출증)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물리 치료 등의 비수술적 방법이 우선 돼야 한다고 본다.

〈정강의료재단 부평정강병원 김준수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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