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발표’의 법적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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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발표’의 법적 문제점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법학박사
  • 기호일보
  • 승인 2015.12.10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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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법무부가 지난 3일 사시 폐지시기를 2021년까지 4년 더 유예한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로스쿨 학생과 교수 등이 크게 반발했다. 그러자 다음날 "최종입장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는데, 논란은 더 커졌다. 모든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으며, 완벽한 제도는 없다.

현행 로스쿨제의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쪽으로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등록금 인하, 취약계층의 입학기회 및 장학금 확대, 운영의 공정성 강화 등). "서민들의 ‘희망의 사다리’를 없앤다"는 것이 사시 폐지 비판의 주된 이유이다.

그러나, 다년간의 사시 준비에도 꽤 많은 비용이 들며 사시보다 로스쿨이 더 친서민적이라는 견해(특별전형입학으로 취약계층 배려, 장학금과 학자금융자제도 등), 사법연수원 예산을 취약계층 로스쿨장학금으로 쓰자는 견해도 있다.

 사시 폐지의 가부는 지원자들에 대한 ‘출세기회 제공’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과 ‘국가발전 기여’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공급자’ 아닌 ‘수요자’ 위주). 사시 폐지에 대해 이미 많은 찬반주장들이 제시된 바 있으므로, 법무부 발표의 법적 문제점에 대해서만 몇 가지 거론하려 한다.

 첫째, 법적 안정성과 법치주의의 기초를 해친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는 말은 인간사회에서 극히 중요시되는 금언으로서 공서양속(公序良俗)의 기본요청이며, 법치주의의 기초이다.

개인의 약속 위반도 법적 책임(손해배상책임 등)을 묻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위반하면 훨씬 더 비난가능성이 크고 정부 불신과 혼란을 초래한다.

 법조인을 시험을 통해 선발하기보다 교육을 통해 양성하는 것이 국가의 발전과 사법에 대한 신뢰 증진에 더 낫다는 것은 오래 전에 합의한 결론이다.

사시를(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크다는 이유로) 폐지키로 한 것은 1990년대부터 오랜 동안 많은 의견수렴을 거쳐 어렵게 마련한 국민적 약속이다(충분한 유예기간 7년도 부여했다). ‘사정 변경의 원칙’이 적용될 특별한 이유(입법 당시 예견하지 못한 또는 예견할 수 없었던 중대한 사정의 변경)도 없이 돌연히 기존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것은 중대한 약속 위반이며, 법적 안정성과 법치주의의 기초를 해치게 된다.

 둘째,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한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상의 법치국가원리의 파생원칙인 신뢰보호의 원칙은 국민이 법률적 규율이나 제도가 장래에도 지속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이에 적응하여 개인의 법적 지위를 형성해 왔을 때에는, 국가로 하여금 그와 같은 국민의 신뢰를 되도록 보호할 것을 요구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1997.7.16. 97헌마38 등).

 셋째, 헌법 제89조 제13호의 규정에 반한다. 동 규정은 국무회의 심의사항으로 ‘행정각부의 중요한 정책의 수립과 조정’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법무부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관련 부처인 교육부는 물론이고, 사법부(대법원)와도 사전 협의조차 없이) ‘법조인 양성에 관한 중요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문제가 있다(법무부는 변호사시험의 시행주체일 뿐이고, 법조인 양성에 관한 독자적 정책결정기관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넷째, ‘책임행정의 원칙’에 반한다. 사시 폐지시기를 4년 더 유예하는 것은 논란만 연장할 뿐이고 폐지 여부의 결정책임을 다음 정부에 떠넘기는 결과가 된다.

 다섯째, ‘절차민주주의의 원리’에 반한다. 민주주의 실현은 ‘실체’에 못지않게 ‘절차’도 중요하다. 충분한 논의절차 없이 정책결정을 여론조사에 의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문제 많은(불과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여론조사, 설문내용의 공정성 결여 등) 여론조사에 의한 것도 위험하다.

또한, 2주전만 해도 입장을 내지 않다가 급히 발표한 경위가 궁금한데 "의사결정과정은 밝힐 수 없다"고 하니 ‘밀실주의’라는 비판과 의심을 받게 된다. 법무부는 절차적 측면에서도 법치주의 실천의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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