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에 익숙한 삶과 결별하라

우경임·이경주 / 글담 / 216쪽 / 1만2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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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사는데 왜 행복해지지 않는 걸까?" 이런 의문에서 두 저자는 이 책의 집필을 시작했다.

부부이자 둘 다 현직 신문기자인 저자들의 대답은 현재가 저성장 시대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일자리가 넘쳐나고 평생직장이 보장된 고성장 시대에 익숙한 삶과 결별하라는 얘기이다. 결국 고성장 시대의 패러다임인 성공지향의 삶에서 벗어나 저성장 시대에 맞게 행복하게 사는 법을 추구하라는 결론이다.

저자들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지적대로 연평균 경제성장률 4% 이하의 저성장 시대에 진입한 한국의 사회 시스템은 여전히 고성장 시대의 모습 그대로라는 점이 문제"라고 말한다. 열심히 일하는데 행복해지기는커녕 상대적 박탈감만 커지는 이유가 우리의 가치관과 생활 방식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보인 고성장 시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우리나라보다 앞서 저성장을 경험한 나라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며 "저성장 시대에 이미 오래전에 진입한 국가에서는 성공보다는 성숙, 성취보다는 행복을 위해 사는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소개한다.

이 책 「성장에 익숙한 삶과 결별하라」는 대안으로 단순한 삶(심플 라이프)을 제안한다. 그 중 하나가 ‘남과 비교하지 않기’다. ‘남들은 어떤 집에서 사나’, ‘남들은 어떤 차를 탈까’, ‘남들은 어떤 사교육을 시키나’ 등의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남을 기준으로 살다 보니 행복하지 않을 수밖에 없고, 내가 얼마를 가졌느냐보다 남이 얼마를 가졌느냐에 따라 행복의 수위가 결정되는 가치관을 바꿔야 할 때라는 분석이다.

저성장 시대에 맞는 삶의 자세로 ‘내일을 위해 오늘의 나를 희생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자발적 불편 감수하기’, ‘걱정 덜어내기’도 권한다.

‘자발적 불편’과 같은 취지의 개념인 ‘자발적 가난’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성장 논리에 중독돼 미친 듯이 일하고 부를 늘리는 대신 욕망의 크기를 줄임으로써 진정으로 충만한 삶을 찾자는 개념이다.

‘자동차 없이 살기’, ‘물건을 사지 않고 빌려 쓰기’, ‘사교육 거리 두기’, ‘소식(小食)’ 등 다양한 방법을 직접 실천해 본 저자들이 소개하는 경험담이 재미있다.

술항아리

정경해 / 황금알 / 120쪽 / 9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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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인천문단」 신인상 시 부문 대상을 받으며 등단한 정경해의 시집 「술항아리」가 최근 출간됐다.

현재는 쉽게 볼 수 없는 자개장, 술항아리, 협궤열차, 폐선 등을 소재로 한 작품들에는 겸허한 자세로 뭇 생명들을 바라보고 떠난 것들에 대한 시인의 연민이 가득하다.

또 겸손한 시심과 성찰이 돋보인다. 낡은 가구를 투사해 어머니를 그린 ‘자개장’을 수작으로 꼽을 수 있다.

김영탁 시인은 "포근한 모성이 가득한 작품들이 다수"라며 "책 제목처럼 술항아리의 술이 사내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세상을 위로하는 듯하다"고 평했다.

현재 인천지역 도서관 등에서 문예 창작 강사로 활동 중인 정경해 시인의 또 다른 저서로는 시집 「선로 위 라이브 가수」·「미추홀 연가」, 창작동화집 「미안해 미안해」·「동생이 태어났어요」, 산문집 「하고 싶은 그 말」이 있다.

순희야 순희야

김순희 / 문학나무 / 240쪽 / 1만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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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학산문학」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김순희 작가의 산문집이다. 책에 실린 다수의 작품 중 수필 ‘순희야 순희야’는 학창시절의 이름 콤플렉스와 관련된 심리가 그대로 나타나 읽는 재미가 있다. 또 위트가 넘치는 글귀가 많이 보인다.

 40대에 들어서 뒤늦게 수필가로서의 삶을 시작했지만 시적 비유를 재미있게 부려 쓰고, 사실적 묘사로 현대수필의 맛을 제대로 보여 준 작품들이 많다는 평이다.

 문학평론가인 문광영 경인교육대학교 교수는 "소재를 갈무리해 가는 언어적 눈썰미가 남다른 김순희 작가의 수필은 감성적인 어휘 구사와 탄탄한 문장이 돋보인다"는 평을 내놨다.

 「학산문학」의 편집주간을 맡고 있는 양진채 소설가는 "김순희의 글은 이제 막 땅속에서 나온 씨알 굵고 싱싱한 감자처럼 겸허와 순수가 녹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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