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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자동차 사고기록장치인 EDR(Event Data Recorder)의 의무 공개 규정이 발효됐다. 그동안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 등 교통사고 발생 시 유일한 자동차 사고기록장치인 EDR의 기록을 확인하면서 해당 메이커만 진행하다 보니 신뢰성과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해 의무 규정을 통해 공개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이 법규가 마련된 배경은 우선 미국에서 관련 법규가 마련되면서 유사한 규정을 국내에서도 진행했으나 메이커의 준비 등 이유로 3년 유예되다가 이제야 본격 진행하게 됐다.

 그러나 이 규정은 설사 본격적으로 공개를 해도 전혀 소비자에게 의미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도리어 관련 문제에 대해 메이커의 면제부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미국의 경우 공개 의무화를 진행하면서 공개해야 하는 구체적인 항목을 지정했고, 분석장비의 경우도 모든 차종에 공통적으로 가능한 통용 장비를 지정해 누구나 객관적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EDR이 장착된 차량만 공개 의무 대상이 되고 구체적인 항목 지정도 돼 있지 않으며, 구체적인 해석장비도 해당 메이커에 맡겨져 있어 객관적인 단체에서 장치를 구입하고 싶어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EDR 데이터 공개만 지정돼 있어서 추상적인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하나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유명무실한 규정인 것이다.

 더욱이 EDR 장치는 에어백을 제어하는 전자제어장치인 ACU에 포함된 소프트웨어인 만큼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으면 기록이 되지 않는 맹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문제는 EDR에서 공개되는 데이터는 의미가 있는 정보도 있지만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의 경우에는 운전자의 정보를 거의 확인할 수 없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확인 항목 중 단 한 가지 운전자의 브레이크 작동 여부를 온-오프 개념으로 확인할 수 있으나 이 항목도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설사 브레이크 신호가 온으로 나와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추정하고 동시에 목격자가 차량의 브레이크등이 켜져 있는 것을 확인해도 메이커에서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덜 밟았다고 하거나 가속페달과 동시에 밟았다고 해 운전자의 브레이크 조작에 문제를 제기하면 운전자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결국 EDR 데이터는 운전자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십 년간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원인은 물론이고 해결책도 없다고 할 수 있다. 현재 EDR을 이용한 책임소재를 찾고 있으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운전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를 비롯한 각종 교통사고를 더욱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게 해결할 수 있는 진정한 ‘자동차용 블랙박스’는 실제로 현재도 제작이 가능하다.

지난 2009년 말부터는 현재 전 세계에서 이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자동차는 OBD2라는 배기가스 자기진단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커넥터는 운전자의 가속페달 밟는 정도를 비롯한 20여 가지의 정보가 항상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이 각종 데이터를 저장해 확인한다면 앞서 언급한 EDR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확실하고 신뢰성 높은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

실제로 장치를 만들어 시험해 본 결과 EDR보다 훨씬 정확하고 신뢰성이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 에어백 전개 과정과는 관계없이 항상 볼 수 있고 어느 장비로도 용이하게 확인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 시 운전자의 실수인지 자동차의 결함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향후 진정한 최초의 자동차용 블랙박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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