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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은 잠시지만 그 기쁨은 평생입니다."

화성시 장안면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무의탁 노인 돌봄 시설인 성신양로원. 이곳을 꾸려가는 김근묵(65)시설장은 요즘 사람들이 보기에는 참 이상한 사람이다.

김 시설장은 베트남전 참전으로 인한 고엽제 후유증으로 거동하기 힘들다. 그러나 그는 1995년 신장, 2002년에는 간 일부를 생면부지의 다른 이에게 기증했다. 헌혈은 이제껏 160여 차례나 했다. 그의 권유로 부인 이경희(67)씨도 1997년 2월 신장기능 마비로 상급 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투병하던 한 고교생에게 신장을 기증했다. ‘부부기증자’라는 고귀한 타이틀을 거머쥔 생명 나눔의 산증인들이다.

장기 기증 후 김근묵 씨는 오래된 꿈을 이루기 위해 만학도의 길을 걷게 된다. 경기도교육정보연구원에서 교육공무원으로 재직하다 퇴직한 그는 양로원을 운영하기 위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 양로원을 16년째 운영 중이다.

평소 나눔의 소중함을 알고 있던 김 시설장이 인생의 짐을 내려놓는 황혼기에 접어들며 선택한 길은 오갈 데 없는 노인들과 여생을 함께하는 일이었다.

명지대 평생교육원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2000년 퇴직금과 자신의 집을 팔아 성신양로원을 열어 어느덧 16년 넘게 무의탁 노인들과 함께한 김 시설장. 15명의 무의탁 노인들과 함께 시작한 성신양로원은 현재 24명으로 식구가 늘었다.

"늦은 나이에 공부하느라 무척 힘들었다"며 환하게 웃는 그의 표정에서 행복의 기운이 엿보인다.

이런 김 시설장의 열의에 주위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 화성휴게소 임직원들이 대표적이다. 각종 생필품 지원은 물론, 때마다 시설을 방문해 청소, 목욕, 식사 봉사 등 도움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민간 무의탁 노인 돌봄시설인 성신양로원의 경우 입주민들의 기초생활수급비 외에는 별도의 지원금이 나오지 않아 이런 주위의 도움이 시설 운영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김 시설장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데도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시는 분들 덕분에 여기 계신 어르신들이 불편함 없이 잘 지내실 수 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이런 김 시설장의 나눔활동은 정부의 포상으로도 이어졌다. 올해 10월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2015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시상식’에서 김 시설장은 ‘생명나눔(헌혈·장기기증 등)’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재산을 나누고 몸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김근묵·이경희 부부. 진정한 나눔 행복의 길을 보여 주는 이들 부부의 얘기가 메마른 현대사회에 따스한 봄바람이 돼 주길 기대해 본다.

화성=조흥복 기자 hbj@kihoilbo.co.kr

박진철 기자 jc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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