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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최근의 자동차는 예전과 달리 점차 복잡해지고 있다. 예전의 1만 개에서 약 3만 개까지 증가했으니 얼마나 복잡한지 알 수 있다.

여기에 단순한 기계부품이 아닌 전기전자부품에다가 반도체, 메카트로닉스, 화학, 재료는 물론이고 이를 움직이는 알고리즘까지 모든 과학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엔진이나 변속기 등은 분해한 것을 후회할 정도로 난이도가 극에 달할 정도이다.

이렇게 시스템은 복잡해지고 난해하게 돼 고장이라도 발생하면 원인은 물론 조치도 간단한 경우가 적어지고 있다.

예전의 ‘맥가이버’식 응급조치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엔진룸은 1975년 현대차 포니의 경우 땅이 반은 보일 정도로 듬성듬성 있었으나 지금은 꽉 차서 틈을 찾기 힘들 정도가 됐다. 정비성이 떨어진 것이다.

 신차를 평가할 때 디자인이나 시스템, 연비, 옵션, 가격 등을 일반적으로 보고 있으나 보이지 않는 요소가 바로 정비성이다.

 수리할 때 단순한 소모품의 경우 1만 원 정도인데 공임비는 수십만 원, 수리 시간은 하루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정비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좋은 차는 보이지 않는 속살인 정비성이 뛰어나 단순 소모품은 외부에 설치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부품은 속에 설치해 정비성을 높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가 이렇게 복잡해지니 모두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요구가 많아지다 보니 개발기간과 비용도 증가하고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차량 개발도 쉽지 않다.

 차량이 이렇게 복잡해지는 이유는 역시 탑승자의 편리성과 고연비, 친환경 요소를 만족시키기 위함이다. 국가마다 차량을 보는 시각이 다른 것은 문화적 특성과 함께 자동차를 만들어 온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오래된 자동차의 제작 역사와 더불어 차량을 직접 만지고 수리하는 관행이 몸에 배어 있다. 단순히 운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의 시스템 이해를 통해 발생하는 각종 문제점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많이 다르다. 운전의 경우도 아직 3급 운전, 즉 급출발·급가속·급정지가 몸에 배어 있어서 사고 발생이나 에너지 낭비가 높고 양보나 배려 운전이 약하다. 정비는 남의 일이어서 오직 전진만 하는 운전 방법만 인지하고 있고, 심지어 엔진 보닛을 못 여는 운전자도 많다.

당연히 냉각수나 엔진오일 등의 체크 방법은 남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운행 중 차량에 문제가 발생해도 보험사 비상연락망을 통해 연락하면 쉽게 저렴하게 대처가 가능하다. 따라서 정비성은 초보를 못 벗어나 아예 자동차에 운전을 빼놓고 접근조차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동차 화재의 경우도 상당 부분이 낡은 중고차에서 정비성 미비로 발생하는 경우다. 특히 자동차 화재가 발생해도 소화기로 끄기는커녕 주변에서 사진을 찍거나 구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너도 나도 소화기를 가지고 와서 함께 불을 끄는 선진국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소화기 자체도 차량 내에 없는 경우가 많다. 유리 깨는 망치와 가위 등 비상 용품 준비도 너무나 미흡한 실정이다. 친환경 경제운전인 에코드라이브가 도입된 지 8년째지만 아직 체계적인 교육시스템도 부족하고 인지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전문 상식이 아닌 상식 수준을 배운다는 것이다. 엔진 보닛을 열고 냉각수, 엔진오일, 브레이크액 등 소모성 액체류 확인, 배터리 상태 확인, 워셔액 보충, 타이어 공기압 점검 등 가장 기초적인 상식을 일컫는다.

동시에 냄새와 진동, 눈으로 보는 액체류 누유 등 평상시와 다른 부분을 찾는 방법도 괜찮다. 올해는 분야별로 목표를 세우고 달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자동차 분야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상식을 배우는 한 해로 삼았으면 한다. 올해 마음가짐 다시 한 번 세우는 계기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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