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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국민들이 차분히 휴식을 즐기고 있던 신년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3일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공동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김 전 대표는 2014년 3월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을 공동 창당했었는데, 공동 창업자가 모두 자신들이 만든 정당을 떠난 결과가 됐다.

 김 전 대표는 탈당 기자회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공동 창업자로 불리는 내가 오죽하면 떠나겠느냐"고 말했지만, 국민들은 최근 야당 정치인들의 탈당 연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분열의 책임이 누구에게 더 큰지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연초부터 제1야당의 분열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하다. 새해를 맞아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국민들의 협조와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바람직할 터인데, 우리 정치지도자들은 이유야 어디 있든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야당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그리고 이 나라의 정치지형이 어떻게 변화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대내외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치환경마저 불확실성이 가중되다 보니 국민들이 새해의 꿈과 희망을 좇아 나가기엔 너무도 시야가 흐릿하다. 마치 미세먼지가 자욱한 하늘과 같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 기술돼 있다시피 정치적 결사로서의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형성하고 각계각층의 이익을 대변하며, 정부를 비판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국민 일반이 정치나 국가작용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수행하는 등 현대의 대의제 민주주의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공적 기능을 수행한다.

즉, 정당은 국민과 국가의 중개자로서 정치적 도관(導管)의 기능을 수행해 주체적·능동적으로 국민의 다원적 정치의사를 유도·통합함으로써 국가정책의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한다.

 따라서 국가의 발전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정당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우리 헌법은 정당에 대해 ‘일반적인 결사’와 다른 특별한 법적 지위와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헌법 제8조 제1항은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정당법 제1조는 "이 법은 정당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확보하고 정당의 민주적인 조직과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과 정당법의 규정 내용을 고려하면 정치인들이 자신이 지향하는 철학과 가치에 따라 정당을 만들거나 정당의 정강(政綱)과 정책(政策)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현실적 이해타산을 우선시하고 특정 인물과 지역색에 의존해 정당을 만들거나 이합집산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며, 파당적(派黨的)·붕당적(朋黨的) 행태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정당이 만들어진 지 10년 아니 5년도 채 못 돼 분당(分黨)되고 당명(黨名)이 변경되는 어지러운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의 마음조차 혼란스러워진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정당의 수명이 이처럼 짧아서야 어떻게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정책 연구와 개발이 가능하겠는가.

여당과 야당이 공히 건전하게 발전하면서 지지 획득을 위한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나라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다.

 야당의 체제가 빨리 안정돼야 국회도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조차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터에 야당 분열의 모습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과 기피 그리고 혐오를 더욱 심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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