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범1.jpg
▲ 원기범 아나운서
희망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연초에 세우신 계획은 잘 실천하고 계신지요? 엊그제 서부여성회관의 초청으로 학부모 대상 소통 특강을 다녀왔습니다. 매서운 추위에도 자리를 꽉 채워 주신 수강생분들께 강의를 시작하면서 ‘행복하시냐’고 질문을 드렸습니다. 모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시더군요.

 비단 이곳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들이 체감하는 행복지수는 OECD 34개국 중 33위입니다. 더 문제는 우리 아이들입니다. UNICEF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6년째 OECD 국가 중 최하위(34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행복’이라는 것이 사람들마다 다 다르게 느껴지겠습니다만 이것을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이라고 치환해서 생각해 보면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소망하면서 산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요?

 얼마 전 정신과의사인 김진세 님이 쓴 「행복을 인터뷰하다」(샘터, 2015)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2009년부터 6년간 한 달에 한 명씩 사회 명사를 만나서 ‘행복’을 주제로 인터뷰한 내용을 추려서 묶은 책입니다. 책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10대에 가수로 데뷔해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다가 홀연히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쿨을 졸업하고 현재 뉴욕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는 이소은 씨의 이야기입니다. ‘행복학’을 외국에서는 ‘긍정심리학’이라고 한다는데 이소은 씨에게는 긍정의 힘이 차고 넘칩니다.

그녀 특유의 낙천적 성격, 친밀함, 용기, 정열 등이 그 힘의 원천입니다. 무엇보다도 ‘설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나 질투가 아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설렘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가수로, 연예인으로 소위 잘나가는 생활을 하다가 자신을 설레게 하는 새로운 꿈을 향해 날아오른 그녀의 삶을 생각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입니다.

 윤영미 아나운서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야구 여성 캐스터라는 수식어를 스스로 일궈 낸 그녀는 대개 안정을 추구하게 되는 나이에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왕성하게 활동 중입니다.

 저자인 김진세 씨는 윤영미 아나운서의 최대 자산은 열정이며 그녀의 파격과 도전은 바로 그 열정에 기초한다고 진단했습니다. 행복은 행동하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에너지가 넘치는 최고의 뮤지컬 배우 최정원 씨와 인터뷰를 하면서는 ‘행복학’을 공부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긍정의 힘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답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우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것을 즐기는 삶을 살고 있었고, 행복해지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감사’와 ‘봉사’를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진정한 행복에는 거스를 수 없는 원칙이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행복을 주고 싶다면 먼저 자신부터 행복해져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여러 명사들은 자신의 삶을 통해 터득한 행복의 비결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의미가 있고 재미가 있는 순간이 행복한 순간입니다(배우 김여진)." "항상 행복할 순 없어도 끌어안을 줄 알면 이겨요(배우 최민수의 아내 강주은)." "‘행복해질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미 ‘행복해’하며 삽니다(개그우먼 김미화)." "행복이란 노력하는 것,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산악인 엄홍길)." "있는 그대로의 삶을 즐기세요(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기고 후진 경기보다 지고도 멋진 경기를 하세요(국제구호활동가 한비야)." "세상 모든 일이 소중하다는 것을 아이에게 말해 주세요(배우 정보석)." "모든 일의 해답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거예요(핸드볼 감독 임오경)." 등등. 음미할수록 깊은 맛이 나는 이야기들입니다.

 사실 제가 기업체, 지자체, 교육기관 등에서 소통(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특강을 할 때마다 하는 이야기들도 상기한 행복의 비결들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 제대로 소통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행복하다는 뜻의 한자 ‘幸(행)’과 맵다는 뜻의 ‘辛(신)’은 한 획만 다릅니다.

 우리네 인생살이가 아무리 힘들고 어렵고 고되더라도 한 획만 잘 그으면 행복의 길로 갈 수 있습니다. 저는 그 한 획에 ‘소통’도 포함된다고 믿습니다. 새해, 긍정적인 마음으로 주위 사람들과 소통하며 행복의 문을 조금씩 열어 가시길 기원합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스스로의 행복지수를 점검해 보고 긍정적인 소통을 위해 올 한 해 꼭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