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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사회부장
청소행정은 기초자치단체의 고유 사무다. 중앙정부나 광역자치단체가 군·구에 위임한 사무가 아니다. 그만큼 청소행정은 최말단의 일이다. 주민 생활과 밀착해야 한다는 얘기다.

 흔히 행정사무는 권력 행사를 기반으로 한다.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자유를 규제한다. 그러나 청소 행정사무는 다르다. 권력 행사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주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생활의 안전을 담보하는 복지사무다.

 인천시 남동구가 정초부터 쓰레기로 난리법석이다. 제때 치우지 않아 길거리에 넘쳐나는 쓰레기로 주민들의 입이 댓 발 나왔다. 동 주민센터 직원들은 시도 때도 없이 (재활용)쓰레기를 수거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남동구가 연말 생활쓰레기 수집·운반체를 한바탕 흔들어 놓은 탓이다. 치밀한 준비도, 심각한 고민도 없었다. 청소 업무를 권력 행사를 동반한 행정사무쯤으로 여기고 밀어붙인 것이다. 그 명분은 예산 절감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투명성이었다. 기업가 출신의 설익은 공무원 수장의 어설픈 발상이었다.

 구는 생활쓰레기 수집·운반 대행업체를 선정하면서 공개경쟁입찰을 도입했다. 대행료 예정가의 78.517%(70억6천473만 원)로 5개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최저낙찰 하한율인 87.745%(89억8천642만 원)보다 낮았다. 총액제 방식의 공개입찰로 얼핏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할 만한 모양새를 갖췄다.

 구는 5개 낙찰 업체와 대행용역 계약을 맺으면서 종전대로 t당 단가 방식을 유지했다. 형식은 총액제, 내용은 t당 단가인 셈이다.

 딜레마는 대행업체가 낙찰가 이상으로 쓰레기를 수집·운반했을 때다. 무게 기준인 t당 단가 방식의 속성상 쓰레기가 종량제 봉투에 담겨 있건 말건 업체는 모두 수거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낙찰가를 넘어 대행료를 지급할 수 없다며 고집 부릴 수도 없는 일이다. 거리에 수북이 쌓인 쓰레기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시민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산 절감 효과는 현실을 떠나 숫자로만 존재할 개연성이 적잖다.

 구는 재활용쓰레기의 수거 책임을 대행업체에서 동 주민센터에 맡겨 직영체제로 환원했다. 동별로 2천만 원을 들여 수거차량(1t트럭) 20대를 샀거나 살 예정이다. 구는 수거인력 49명을 새로 뽑았고, 일자리 창출로 포장했다.

 기가 찰 노릇이다. 구의 공개입찰로 대행업체를 종전 7개에서 5개로 줄였다. 2개 업체가 퇴출되면서 직장을 잃은 이들만 해도 53명에 이른다. 이들 업체가 보유했던 수거차량 23대도 놀고 있다. 전체 업체들이 보유했던 2.5t 6대와 5t 8대 등 재활용쓰레기 수거차량 14대가 차고지에 박혀 있다.

 무슨 일자리를 창출했고, 무슨 놈의 개선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투명성 확보도 그렇다. 구는 공개입찰로 전환하면서 폐기물처리업 허가업무 처리지침을 거들먹거렸다. 맞다. 그 지침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 대행업체 선정은 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한다’고 분명히 적고 있다.

 그 지침을 신줏단지 모시듯 했던 구는 그 지침이 정하고 있는 적정 계약기간(2~3년)을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쳤다. 대행기간을 1년으로 정한 것이다.

 환경부가 적정 계약기간을 2~3년으로 정한 까닭이 있다. 안정적 처리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1년마다 대행업체가 바뀔 경우 노하우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쓰레기 처리에 혼선을 빚을 수 있다. 또 대행업체가 자주 교체될 경우 고용 불안과 업체 도산 등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물론 무게 부풀리기와 없는 인력 끼워 넣기 등 업체의 비위도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구의 계약기간 1년은 대주민 서비스는 아랑곳없이 경쟁입찰을 무기로 대행업체를 쥐락펴락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쓰레기 정책이 쓰레기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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