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지난 4년을 두문불출하다시피 들어앉아 힘든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춘추좌전'(春秋左傳)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익힌 지식의 온축(蘊蓄)을 바탕으로 심혈을 기울여 원문 전체를 완역했습니다.”
 
지난 40년을 한학 연구에 매진해온 최이산(崔移山·69)씨가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와 함께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중국 역사 대하소설 중 하나인 `열국지'(列國志)를 총 12권으로 완역했다.
 
도서출판 신서원에서 최근 `이산 열국지'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이번 번역본에서 역자(본명 최창학)는 “원전에 충실한 옮김”에 역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열국지'는 이미 국내에도 여러 종의 번역이 선보였으며, 현재는 김구용씨가 옮긴 `동주열국지'(솔출판사 간)와 유재주씨가 풀어쓴 `평설 열국지'(김영사 간)의 두 종이 널리 읽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 두 판본을 `열국지' 원전과 대조한 결과 역자는 적지 않은 곳에서 오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김구용본에서는 잘못된 번역이 80군데 이상 발견됩니다. 인명과 지명을 혼동하는 곳이 있었으며, 난해한 문장이나 구절 혹은 용어는 아예 번역에서 빼버리거나 얼버무리고 있습니다.”
 
예컨대 `幹父之蠱'(간부지고)라는 표현의 경우, 원래는 `주역'(周易)이 말하는 여러 괘(卦) 중 산풍고(山風蠱) 괘에 나오는 말로서, `아들이 아버지의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뜻.
 
하지만 이 구절을 김구용본은 “선왕(先王)이 남긴 해독이여”라고 옮기고 있다.
 
이를 `이산 열국지'는 “부왕의 잘못을 바로잡아 중흥의 깃발을 세웠구나”라고 번역했다.
 
원전에 충실하기 위해 최이산씨는 대만의 삼민서국(三民書局)에서 `중국고전명저' 시리즈의 하나로 간행된 `동주열국지'(東周列國志)를 저본으로 삼되 청말 선통(宣統) 원년(1909)에 간행된 중국 상하이의 금장도서국(錦章圖書局)의 `회도동주열국지'(繪圖東周列國志)를 참조했다고 말했다.
 
“대만의 `동주열국지'는 기존 판본에서 발견된 오류를 바로잡은 선본(善本)으로 알려져 있으나, 원전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 판본이 인명과 지명의 오류 및 오자(誤字)는 단 한 글자로 고치지 않았음을 확인했습니다.”
 
명말 문호인 풍몽룡(馮夢龍) 저술인 `열국지'는 주(周)나라가 서쪽 오랑캐에 쫓겨 도읍을 현재의 시안(西安) 부근에 있던 호경(鎬京)에서 동쪽의 낙양(洛陽)으로 옮기는 사건에서 시작해 진 시황의 중국을 통일하는 시점까지 춘추전국시대 550년간의 중국역사를 소재로 삼은 대하실록 소설이다. 각 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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