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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현린 주필(主筆)
재판에 임한 일부 법관들의 도를 넘는 전횡(專橫)이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린 지는 이미 오래다. 전해들은 이야기에 대해 설마했다. 재판을 받고 나온 필자의 지인 한두 명에게 "판사가 막말을 하고 피고인을 윽박지르고 할 때에는 법관에게도 수사권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얘기를 접하고는 의아해했던 기억이 난다.

 일부 검사 또한 마찬가지다. 피의자에게 막말을 하거나 고압적인 행동으로 공정한 수사를 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등 신뢰를 저버린 검사가 한둘이 아니라 한다.

 이는 변호사협회가 지난주 발표한 법관과 검사에 대한 평가 결과에서 드러난 불미스러운 사례 가운데 일부다. 변호사들에 의해 판검사가 평가된 이 같은 성적이 법조계 안팎과 세인들 간에 화제다.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법조(法曹)라는 같은 뿌리를 지닌 변호사들에 의해 평가된 자료라는 점에서 결코 가벼이 넘길 결과물이 아니다.

 이번 평가 결과는 법관과 검사처럼 똑같이 사법시험의 과정을 거쳐 법조인이 된 변호사들에 의해 평가된 결과다. 게다가 상당수는 판검사를 지낸 변호사들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평가 결과를 더더욱 신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평가를 받은 당사자들 중 일부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한다.

 막말 사례의 압권은 모 판사가 이혼사건 당사자에게 "부잣집에 시집 가서 누릴 것 다 누리고 살지 않았느냐. 도대체 얼마를 더 원하느냐"고 한 폭언일 게다. 검사의 경우도 "검찰청에 들어오는 것은 자유지만 나가는 것은 마음대로 안 된다"는 등의 협박사례를 꼽을 수 있겠다.

 일부 의식 없는 법관들에 의해 자행되는 재판으로 인해 다수의 양식 있는 법관들이 도매금으로 비난을 당하고 있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법복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법관들이 많다. 법복은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라고 누차에 걸쳐 강조했던 필자다.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각 없는 법관들이 있는 한 사법부는 ‘死法府(사법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변협은 이번 판검사들에 대한 평가 결과를 대법원과 법무부 등에 전달, 향후 판검사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한다. 진작 그랬어야 하는 평가제도라고 사료된다.

 변호사들에 대한 평가제도도 있어야 하겠다. 여전히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이상한 법칙이 통하는 사회임이 부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개 입은 칼로 열고, 변호사 입은 돈으로 연다"는 영국 속담이 우리 사회에서도 용인되고 있는 한 누가 누구를 평가하느냐라는 질문을 가능하게 한다.

 이번 평가에서 평가의 공정성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한때 향응을 접대받아 징계를 받았던 검사가 우수검사로 선정된 사실도 있어 변호사에 의한 평가를 100% 신뢰하기에는 의문도 있다.

 이른바 법조삼륜(法曹三輪)이라 칭해지는 판사, 검사, 변호사는 하나같이 이 사회에 정의를 실현하는 직분으로 알려져 있다. 법조인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보다 높은 수준의 학식과 덕망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신분들이다. 때문에 이번 판검사에 대한 평가 결과를 접한 시민들의 실망이 더하다.

 불량품은 퇴치돼야 한다. 집단에서 하나의 좋지 못한 불량품이 있으면 전체가 물들고 썩는다. 고름이 피가 되지 않기에 뽑아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범죄자를 일정 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지금 불량식품 등 4대악을 퇴치해 범죄 없는 사회 조성에 나서고 있다. 불량판사, 불량검사는 누가 퇴치해야 할까.

 판검사들이야말로 이 땅의 인간불량품들을 가려내어 격리시켜야 하는 직군에 속한다. 고귀한 신분 앞에 ‘불량(不良)’이라는 단어가 붙는다면 이보다 더 치욕적인 직함은 없을 것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모든 법조 종사자들의 자성(自省)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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