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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숙 안성시의회 의원
‘소통의 장’하면 우리는 어디가 생각날까? 요즘 젊은이들이야 SNS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모여 부딪히며 가장 친밀하게 소통하는 곳,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정이 소통하는 따뜻한 공간, 그곳은 바로 우리의 전통시장이다.

그런 전통시장이 위기를 맞은 것도 벌써 오래된 얘기다. 시장 상인의 노령화에 따른 현대화 지연, 온라인 쇼핑몰 확산, 소비의 다양화, 대형 유통매장의 급격한 증가 등이 그 이유다. 몇 년 전부터는 기업형 슈퍼마켓까지 등장해 골목상권마저 위협하고 있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전통시장의 낡은 시설을 보수하고 아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쾌적한 환경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백화점이나 마트와 비교해 주차장, 화장실 등의 사용이 불편해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상인대학을 개설해 친절교육, 정보화교육 등을 실시하고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듯 전통시장의 쇠락은 계속됐다. 오히려 깨끗하게 정비된 시장 간판, 아케이드 때문에 장 보는 즐거움이 방해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방향을 잘 못 잡았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 상품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본연의 의미를 되새기며 각 시장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본래 전통시장이 지닌 공간의 의미, 즉 ‘소통의 장’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전략이 나오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시작된 ‘문전성시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을 통해 커뮤니티 활성화, 문화콘텐츠 개발, 문화마케팅 등 문화적 방법을 통한 활성화를 지원했다.

그 결과 전국 최초로 상인DJ를 육성해 방송을 이어가고 있는 ‘수원 못골시장’, 도깨비를 주제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목포 도깨비 자유시장’, 마을 장사를 한다 할 정도로 생활형 근린시장으로 자리잡은 ‘서울 수유 마을시장’, ‘날라리 낙타’라는 스토리를 시장에 적용한 ‘부산 부전마켓타운’ 등이 지역의 문화와 예술공간을 품은 전통시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 안성시도 전통시장의 쇠락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그동안 여러 시설 현대화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한 채 기본이 돼야 하는 ‘전통시장만의 특성을 살린 이미지 구축’의 중요성이 간과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제 안성의 전통시장에 안성만의 문화와 예술을 입혀야만 하는 때가 왔다. 다행히도 안성시는 많은 문화예술적 자원을 가지고 있다. 조선후기 3대 시장에 꼽히며 허생전에 등장했던 모습을 재연해도 좋을 것이고, 안성시 4대 농·특산물을 특화한 시장을 조성해도 좋을 것이다.

 필자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문화예술 레지던시(Residency)’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시장 내 빈 점포를 지역 문화예술인에게 제공해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고객에게는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사업이다.

 안성시에는 이를 위한 인프라가 풍부하다. 안성에 위치한 중앙대학교 공예학과와 한국폴리텍대학 안성캠퍼스의 주얼리디자인과, 패션디자인과에는 자신만의 작업공간을 원하는 젊고 창의적인 인재들이 가득하다.

그 뿐만 아니라 안성맞춤랜드 공예문화센터를 중심으로 많은 공예가들이 모여 있고, 해마다 경기도 공예품 경진대회에서 빠짐없이 입상하는 고장이 바로 이곳, 안성이다.

 예술가들은 생동감 넘치는 생활 속 거리에서 활동을 펼치며 예술에 대한 자신의 작품과 소견을 펼쳐 그 감동을 전파하고, 시장 상인들은 ‘예술의 힘’으로 사람들이 언제나 찾아올 만한 매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좋은 것은 청년창업자들과 그들이 만들어 낸 매력으로 젊은 사람들도 찾아오는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란 이름은 언제나 설렌다. 그 이름이 주는 새 시대의 떨림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난해보다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희망에서 오는 기대이다. 부디 새해에는 안성시의 전통시장이 단순히 물건을 구입하는 곳이 아닌, 다양한 사람을 만나 서로 감정을 주고받는 소통의 장으로 되살아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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