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새해 벽두에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일대에 인천 계양·공촌·신공촌·주안예비군훈련장과 경기도 김포·부천 등 6곳의 예비군훈련장을 합친 통합훈련대를 창설하겠다고 밝혀 지역사회를 들쑤셔 놓고 있다.

 

01.jpg
▲ 홍미영 인천시 부평구청장
통합예비군훈련대가 들어설 부평구 산곡동은 1939년 일제에 의해 일본인천육군조병창이 조성된 이래 해방된 뒤에는 미군부대(에스컴, 캠프마켓)가 점유, 민족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혀 온 상징적 지역이다.

 더구나 현재 부평에는 수도권 방위를 이유로 14개의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으며, 그 부지만도 330만㎡를 훨씬 넘겨 군부대가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부평구는 전체 면적이 32㎢로 인천 전체의 2.8%에 불과함에도 인구는 56만 명으로 인천 전체 인구의 19%를 차지, 인구밀도가 높은 반면 군부대 밀집으로 도시 개발이 더딘 실정이다.

 다행히 부평구민을 비롯한 인천시민들의 투쟁의 결실로 머지않아 미군부대가 평택으로 이전하고, 차츰 일부 군부대가 빠져나간다는 소식에 부평구민들은 이를 학수고대하고 인내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국방부가 약속을 깬 채 멀리 김포와 부천의 예비군훈련장까지 산곡동으로 끌고 오겠다고 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현재의 산곡동은 일제가 조병창을 조성하던 시절의 산골이나 농촌마을이 아닌, 도심지 아파트 단지로 상전벽해됐다. 이곳에만 유치원 13개, 초등학교 9개, 중학교 4개, 고등학교 5개 등 무려 31개 학교가 개교 중으로 2만여 명의 학생들이 매일 통학하고 있다.

 이런 곳에 총소리가 울려 퍼지는 예비군훈련장을 새로 짓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가지 않는 일이다.

 6개 지역에 흩어져 있던 예비군훈련장을 한곳으로 모으면 하루 2천여 명의 예비군 병력과 1천여 대의 차량이 몰려들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교통대란과 소음피해, 학습권 침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앞서 밝혔듯 부평구 주민들은 일제시대 조병창이 생긴 이래 80년 가까이 군부대로 인해 피해를 당해 왔다.

 국방부가 꼭 통합예비군훈련장을 만들어야 한다면 치욕의 역사가 서려 있는 산곡동이 아니라 국방 7대 정책기조에 나와 있듯 ‘미래지향적 자주국방 역량 강화’를 위한 적합지를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부평에 국방부 소유 부지가 있다는 이유로 아무 고민 없이 각종 군부대를 끌어들일 궁리를 할 게 아니라 국방 3대 목표 중 하나인 ‘지역 안정’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도심에 남아 있는 군부대를 외곽으로 이전시키는 의지부터 보여야 한다.

 벌써 부평구에는 ‘통합예비군훈련장 부평이전반대협의회’가 구성돼 예비군훈련장 이전 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지역사회가 요동치고 있다.

 국방부는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 이 시점에서 분란이 예상되는 계획을 세워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생업을 방해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부평미군기지 이전 계획에 발맞춰 보급부대 등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군부대가 민원의 대상이 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

 이 지면을 빌려 인천시민께 ‘통합예비군훈련장 부평 이전 반대 투쟁’이 부평구민들의 지역이기주의(님비·Not In My Back Yard)가 아니라 잘못된 공권력의 전횡을 바로잡는 길임을 인식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

 더불어 국방부가 예비군훈련대를 설치하려는 부지에 대한 개발행위 관련 관리계획 최종 결정권자가 인천시인 만큼 시도 구와 합심해 국방부의 일방통행식 예비군훈련장 이전 추진을 막아 냄으로써 대대손손 지켜온 인천의 터전과 시민의 생존권을 지켜낼 것임을 믿는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