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건태 사회부장
선거 때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는 테마파크 사업은 원래 ‘대박’ 아니면 ‘쪽박’이다. 투자유치에서 각종 인허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성공하면 수많은 관광객 유치는 물론 지역경제에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천에서도 이미 수많은 테마파크 사업이 추진돼 왔다. 결과는 하나같이 기업의 ‘땅 투기’ 아니면 엉뚱한 방향으로 도시개발이 추진돼 그저 ‘장밋빛 공약’으로 시들고 말았다.

 그 중에서도 옛 송도유원지를 중심으로 한 송도관광단지 조성사업이 그 대표적인 예다. 관광단지 조성사업에 참여해 온 인천도시공사가 최근 지분 참여를 포기, 사실상 민간업자 손에 부지를 넘긴 것이다.

 앞서 민선자치 4대 인천시장을 지낸 안상수 전 시장은 취임 후 이듬해인 2007년 대우차판매가 소유한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일원 49만9천957㎡에 1조5천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무비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적이 있다.

이후 착공식만 하고 아무런 사업 진척이 없자 시는 대우자판에 테마파크 사업부지 절반에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수 있게 자연녹지를 상업지역으로 풀어줬다. 당시 그에 따른 지가 상승만 수천억 원에 달할 것이란 추측이 일었다.

 온갖 특혜 의혹에도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대우자판은 결국 경영진의 비리로 부도 처리되면서 감정가 1조481억 원에 달했던 테마파크 부지를 헐값에 부영건설에 빼앗겼다. 부영은 경매로 넘어온 대우자판 부지를 네 차례 유찰 뒤 3천150억 원에 매입했다. 그동안 인천시를 비롯한 관계 기관이 한 일이라곤 용도변경을 통해 땅값만 올려놓은 게 전부다.

 송도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이 같은 무비 테마파크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

 5대 때 송영길 전 인천시장도 당선 후 옛 송도유원지를 포함한 연수구 옥련동과 동춘동 일원 90만7천여㎡를 인천시 제1호 관광단지로 지정, 조성계획을 승인했다.

이 중 공기업인 인천도시공사가 30.5%의 지분을 갖고 있던 인천도시관광㈜가 소유한 4블록(20만8천여㎡)은 관광단지 중에서도 핵심 앵커시설인 호텔과 워터파크(인공해수욕장)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도시공사는 인천도시관광의 대주주인 민간부동산업자 싸이칸개발(69.5%)이 추진한 7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청약일 25일)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사실상 관광단지 개발사업은 물 건너갔다.

2014년 옛 송도유원지가 폐장될 당시 한국감정원이 내놓은 이곳 사업부지에 대한 토지감정가만 1천572억 원에 달한 것을 감안하면, 향후 관광단지 지정 해제로 도시개발사업이 가능해질 경우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앞서 2차례의 유상증자에서 30억 원을 추가 출자한 도시공사는 아무런 실익도 얻지 못한 채 지가 상승만을 기대하는 만간 개발업체의 들러리 역할만 한 셈이다.

 그 뿐만 아니라 국내 첫 인공해수욕장이었던 송도유원지 내 해수욕장을 매립, 중고차수출업체의 불법과 탈법만 부추겼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송도유원지는 인천시민에게 단순한 놀이시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1939년 일본군 휴양지로 조성돼 한국전쟁 당시 미8군 특수부대와 영국군이 주둔하면서 폐쇄됐다가 1963년 재개장하기까지 질곡의 시간을 함께 해 왔다.

27일 재개통하는 수인선 운행이 중단될 때(1992년)만 해도 송도유원지는 국내 유일한 ‘국민관광지’였다. 인천시가 이곳에 1조4천772억 원의 민간자본을 유치, 차별화된 도심관광단지를 만들겠다고 한 것도 불과 4년 전이다.

그리고 이제 와서 사업 전망이 없고 재무적 리스크가 크다며 스스로 사업을 접었다. 결국 대우자판 때와 마찬가지로 도시개발사업을 원했던 민간 토지주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공사 내부에서도 이번 유상증자 참여 여부를 놓고 찬반 의견이 강하게 충돌했었다. "사업은 버려도 땅은 버릴 수 없다"며 증자 참여를 강하게 요구한 쪽과 "대주주인 민간업체에 이미 절대적 지분이 넘어간 만큼 ‘달나라 땅’이나 마찬가지다"라며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시는 후자 쪽의 손을 들어줬다.

결과적으로 공기업인 공사의 지분을 빼앗으려 한 민간업체의 셈법에 말려든 꼴이다. 테마파크 사업을 벌인 인천시와 도시공사만 또 한 번 ‘쪽박’을 찬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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