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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
2015년을 기준으로 각국의 국회의원 연봉 대비 ‘의회효과성’을 평가한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부경쟁력연구센터에 따르면 우리 국회는 OECD 회원국 중 비교 가능한 27개국 가운데 26위였다. 바닥이라는 말인데 이는 정치 분야에 종사하는 인적 자원의 수준이 크게 낮은 데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수준 낮은 정치권, 그 일단이 이번 총선에 등장한 후보자들 면모를 두루 살펴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국가 경영을 위한 입법자 선거인데 그들이 내건 현수막이나 선거 공보물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함량 미달이 많다.

 첫 번째 문제는 자신이 국회에 가는 목적이 선거구를 위해 돈을 만들어 오는 ‘국가예산 확보 쟁탈’ 챔피언이라는 투다. 두 번째는 새 인물, 새 일꾼이라고 하면서 내건 공약이 구청장 공약을 베낀 것인지, 심지어는 구의원 공약까지 줄줄이 나열하고 있는 경우다.

 국회의원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선·4선 하려는 인물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왜 자신이 3선·4선 의원을 해야 하는지 궁색하다. 차라리 젖과 꿀이 흐르는 여의도 맛에 길들여져서 어쩔 수 없다고 하는 쪽이 정직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공천관리위원’이라는 완장을 찬 분들부터 의심스럽다. 도대체 누가 언제 왜 그들에게 국회의원 공천 권한을 줬는지 불분명하거니와, 여야 공히 자기 계파 심느라 이전투구하면서 국민의 대표성이란 걸 맘대로 주물럭거리는 모습이 한심하다. 더하여 언필칭 민주정당이라면서 자기 당원을 믿지 못하고 국민여론조사에 맡긴다는 건 코미디와 다름없다.

 정당이 ‘선거상조회’가 아닐진대 당원을 제외하거나 아니면 이미 기득권 당협위원장들이 이웃이나 친지를 모아 당비 대납하면서 급조한 당원, 심지어 유령 당원까지 범람한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도대체 이런 선거제도 자체가 무의미한 절차라는 생각마저 든다.

 발칙하다고 비난받을지 모르겠으나 이런 과정, 저런 사연에서 ‘떴다방 정당’인지 ‘상조회 정당’ 같은 행태로 공천자를 내놓고 국민에게 지지해 달라고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그렇게 멍청하게 보이는가? 아니면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국고보조금 맛에 길들여진 정당지도자들의 잔치쯤으로 알고 투표하라는 것인가? 정녕 그게 아니라면 상처받은 국민을 치유할 번영과 평화의 삶을 위한 방향만이라도 제대로 제시해야 할 것임을 깊이 자각해 국회 의석을 몇 자리 잃어도 좋다는 각오로 후보답지 못할 경우 중도에 사퇴시킨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이리라.

몇십 명 안 되는 회사도 매년 엄격한 정성·정량평가를 통해 직원들의 연봉과 승급을 결정한다는 걸 곱씹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되리라.

 우리는 지금 국가적으로 사활이 걸린 경제 활성화 정책, 복지정책, 정부혁신, 교육개혁, 꼬이고 꼬인 외교와 북핵문제, 환경문제 등등 지난한 과제들 앞에 있다.

자신의 이상을 실현해 보려는 꿈을 가진 인재들이 정치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현실에서 20대 국회가 출발해도 제대로 굴러 갈지 걱정되는데다, 다른 분야에서 경쟁력이 낮아 잃을 것이 없는 인물들만 여의도 정치권에 기웃거리게 만든 정치지도자들의 대오각성이 없는 한 투표 결과는 ‘역시나’로 끝날 위험이 농후하기에 하는 말이다.

 이제 유권자는 유세를 지켜봐야 하겠지. 달콤한 주스가 ‘무가당’을 강조하듯 후보자들은 아직 오지 않은 희망을 피력하거나 자신의 약점을 보완·은폐하는 데 교묘한 말장난을 해댈 것이니까. 불량식품이 ‘건강’을 강조하고, 부패 무능한 자들이 ‘정의 구현’을 내세우고, ‘코드 인사’를 하는 지도자가 ‘탕평과 화합’을 되뇌는 그런 역설 말이다. 이미 정치권은 그런 레토릭을 수없이 양산하고 있다. ‘험지 출마’라는 것부터 그렇잖은가. 대체 누구를 기준으로 험지 운운하는가. 국민에겐 험지가 따로 없는데 무사통과가 어려운 몇몇 곳을 ‘험지’로 분류하고 그곳에서 출마하는 걸 무슨 독립운동가의 투쟁처럼 엄살을 떨었다. ‘친박’, ‘비박’에다 ‘진박’이 나오고 ‘친노’니 ‘비노’니, ‘3당 경쟁체제’니 ‘광야’니 하는 표현 일체가 오로지 1인 중심 권력의 시대 후진성을 담고 있어 끼리끼리 패를 먹고 서로를 비난하거나 단순 무지한 찬반 대결을 펼치는 데 어휘력을 총동원하는 걸 지켜봐야 하는 이유는 분명 ‘수뇌부 공작정치’의 산물이다. 오호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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