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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드라마는 우리의 허상(虛像)일까? 드라마로 행복했다면 바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그 행복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나라에 대한 어떤 희망보다 소중하다고 느낀다.

 얼마 전 종영된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로 대한민국은 잠시나마 행복했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리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꾸며졌다.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서로가 자신들의 목소리만 내다 보니 작은 울림도, 착한 사람들의 소리도, 아픈 사람들의 소리도 잦아들어 버렸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일축하지 말자. 작은 동네, 큰 동네, 부자와 가난한 자 그들이 사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있는 사람도 살고 없는 사람도 살고, 못 배웠으면 못 배운 대로 살아가는 것이 대한민국이어야 한다.

 작년부터 금수저와 은수저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다들 수저가 없다고 하지만 나름 속으로는 금수저를 부러워했다.

경제성장의 공과(功過)가 한곳으로만 몰리고, 노력한 사람보다는 한탕주의에 의해 일부에게만 돌아가고, 착한 사람보다는 나쁜 사람이 더 많이 받는 세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아무도 남의 작은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서울 모 대학에서는 부자 아버지를 구한다는 역설적인 1인 시위를 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런 시위를 하는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어찌어찌하여 편승하려는 기회주의가 만연한다면 그 사회는 병든 사회다. 응답하라 대한민국! 내가 태어나서 내가 살아가고, 내 자손이 살아가야 하기에 정상적인 나라여야 한다.

 대학생들은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60%가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졸업 이전에 학자금 빚을 지고 사회에 나간다. 사회에 나간들 미생(未生)이어야 하며, N포세대를 경험하고 있다.

 교육은 죽어라 인성교육을 강조하지만 어느 곳 하나 인성보다는 성적만을 강조하고 있다. 밥상머리교육은 맞벌이로 없어진 지 오래됐고, 맞벌이를 해야 하기에 애를 낳을 수 없고, 낳아서는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 것이 우리의 지금 모습이다. 아기를 맡겼더니 보육교사의 횡포, 초등학교에 보냈더니 무관심과 왕따, 중학교를 보냈더니 놀토에 자유학기, 고등학교를 보냈더니 사교육비와 입시제도의 변화, 대학을 보냈더니 청년실업. 어디를 고쳐야 정상적인 나라가 되는지 한번쯤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구조에서 고민할 시점이 됐다.

 학생의 장기 결석을 무관심으로 일관했으며, 문제가 발생하면 처방이라고 나오는 것이 응급조치만도 못한 세상에 우리 아이를 맡기고 맞벌이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일에 열중하고 경쟁만을 강조한다.

그들에게 생산성만 강조하는, 살아남기 위해 남을 밟고 올라서는 사회로 변질됐는데 인성과 인문학으로 무장한다는 공허한 교육이념만 존재하지는 않는가. 중학교의 자유학기제는 자칫 사교육이 강화되는 기회가 변질될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사사건건 하나하나, 반대와 갈등으로 큰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힘들면 도와주고, 아프면 고쳐 주고, 없으면 채워 주고, 노력하면 성공하는 정상적인 시스템이 자리잡아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일반화됐지만, 그들만 숫자를 줄이지 않았고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간다면 이는 응답하는 사회가 될 수 없다. 응답하라 대한민국! 힘들면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루만지는, 없어도 당당하게 국민으로 살 수 있는 대한민국으로 응답하라.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맞물려 돌아가는 사회구조를 그들만의 시각으로 표현하는 나쁜 사람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병들어 가고 죽어가는 대한민국에 선진국과 비교되는 외형상의 성장보다 소소한 작은 울림을 기울이는 관심과 배려(配慮)를 가져오자.

주인공과 조연, 연출자와 배우, 모든 스태프가 좋은 드라마를 연출해 냈다면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도 작은 울림이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되도록, 자기의 목소리보다는 작은 속삭임에도 귀 기울이는 착한 사회를 소망한다. 응답하라!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대한민국의 착한 사람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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