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흥우.jpg
▲ 남흥우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선박에 선적된 화물이 바로 목적지 항으로 향하지 않고 다른 항에서 다른 선박에 옮겨 싣는 환적(煥積, Transshipment, T/S) 컨테이너화물이 발생하는 국내의 항만을 살펴보면 컨테이너 대형 모선이 입항하는 부산항, 광양항과 카페리 선박이 입항하는 인천항, 평택항, 군산항, 동해·속초항 그리고 부산항, 인천항, 광양항의 보조항 성격을 띠고 있는 울산항, 포항항, 마산항, 목포항, 대산항, 경인항이 속해 있다.

 해운항만물류정보센터의 통계자료를 보면 2015년도 우리나라 전체의 환적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1천69만3천792TEU를 기록했다. 이 중 미주 및 구주항을 운항하는 대형 컨테이너 모선이 입항하는 부산항이 1천8만5천9TEU, 광양항이 57만2천424TEU를 처리해 전체 실적의 99%를 상회하는 1천65만7천433TEU의 실적을 올렸다. 그리고 1%도 채 안 되는 3만6천359TEU의 물량을 나머지 항들이 처리했다. 그나마 10개의 카페리 항로가 개설돼 있는 인천항은 1만6천774TEU를 차지한 것에 다소 위안을 삼을 정도다.

 환적 컨테이너의 매력은 1TEU가 입항 시 양하, 출항 시 선적으로 2TEU 물량으로 배가(倍加)되고 터미널 배후 도로상의 교통 체증도 전혀 발생하지 않으며 부가가치도 높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자국의 항만에 앞다퉈 환적 컨테이너 물량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인천대학교 양창호 교수의 발표 자료를 보면 북중국 항만으로의 환적 컨테이너 경쟁력은 부산항, 광양항, 상하이항 및 인천항의 순서로 인천항의 경쟁력이 제일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항의 환적 컨테이너 물동량이 미미한 것은 그동안 인천항의 컨테이너시설, 즉 항로 수심, 터미널 접안시설 그리고 하역장비 등으로는 4천TEU급 이상의 선박이 기항할 수 없었고, 서비스 항로도 동남아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인천항은 컨테이너 처리시설이 112만TEU임에도 불구하고 200만TEU 이상을 처리해 왔다. 이러한 현상은 인천항 기항선사와 인천항을 이용하는 화주들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불편과 애로를 겪게 했다.

또한 컨테이너 터미널은 적정한 컨테이너 장치율을 상시적으로 초과해 컨테이너 모선 입항 시 양·적하 작업시간의 연장에 의한 하역생산성 감소로 터미널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운송사들 또한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수입 적(FULL)컨테이너 반출 및 공(EMPTY)컨테이너 반입 그리고 수출 컨테이너 작업 시 공컨테이너 반출, 적컨테이너 반입 시 터미널 입구에서부터 장시간 대기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고, 더 나아가서 도로상에서 대기 중인 차량으로 인한 교통 체증까지 유발했었다. 그동안 인천항은 솔직히 컨테이너 허브 항만으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피더항만으로의 역할에 만족해 왔음을 시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15년 3월 1일 인천신항에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SNCT)이 개장했고, 6월 1일부터 G6 얼라이언스에 속해 있는 현대상선이 미국 오클랜드와 LA를 기항하는 미주 노선의 선박을 인천항에 기항시켰다.

 그리고 2016년 3월 18일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HJIT)이 개장할 예정이다. 1만2천TEU급 컨테이너 모선의 입항이 가능한 항로수심도 16m로 준설 중이고 접안시설과 22열의 하역장비인 캔트리크레인도 이미 준비를 갖췄다.

이제 인천항은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제2의 컨테이너 항만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뿐만 아니라, 환황해권 컨테이너 허브 항만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만 할 때다.

 인천신항이 남항의 물동량 전이 역할을 탈피하고 인천항의 물동량 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미주 및 구주항 대형 컨테이너 모선을 유치해 북중국 항만으로의 환적 물동량과 그동안 부산항과 광양항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구미 및 구주항로 등 원양항로의 수도권 물동량을 유치하고, 더 나아가서 북중국 항만으로의 피더망을 확충해야 한다. 컨테이너 물동량 창출과 관련해 항만 관련 모든 업계, 협회, 관청, 공사, 인천시, 더 나아가서는 초당적인 정치권의 아낌없는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